AI 기술로 생산성↑·불량률↓
연내 자동화율 70%까지 확대
통기타와 위스키의 고장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20여분을 달리다 보니 주변 표지판에 'LG Way'라는 푯말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LG전자의 글로벌 세탁기 생산거점인 테네시 공장이 근처에 있다는 의미다.
국내 미디어에 처음 공개된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연면적 9만4000㎡ 규모로 지난 2018년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전자동 세탁기·드럼 세탁기 2개 라인을 보유해 연간 120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지난 9월에는 건조기 라인 시험 가동 후 최근 본격 생산에 돌입,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쳐 연간 180만대 생산까지 가능한 상태다. LG전자가 현재까지 테네시 공장에 투자한 금액만 3억9000만달러(약 4843억원)가 넘는다.
폭 100m, 길이 500m의 테네시 공장 내부는 크게 판금·사출·도장 등 작업이 이뤄지는 1층과 부품과 구동부를 조립하는 2층 구조다. 드넓은 공장에서 사람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인화·자동화를 구현해 한산했다. 현재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63%로, 연내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의 강점은 이 같은 첨단 디지털 역량에 있다. 부품 제조부터 완성품 포장까지 모든 작업을 하나의 라인에서 수행하는 '완결형 통합생산체제' 구축부터 비전 인공지능(AI) 기술로 불량 상태를 자동 파악하는 시스템과 온도, 압력, 주변 기기값을 자동 파악해 최적 사출환경을 제시하는 '지능형사출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능형사출시스템 구축 후 부품 생산성은 기존 대비 약 20%, 불량률은 60% 가량 개선됐다.
자체 개발한 무인운반차(AGV)를 활용해 최대 600㎏ 적재함을 최적 경로로 자동 운반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재 현황과 예상되는 부족 부품, 필요 수량 등을 AI 기술로 파악해 자동으로 전달해 준다. 실제 공장에 들어서면 166대의 AGV가 3만개 이상 공장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이동거리를 파악, 쉴 새 없이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테네시 공장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공장으로는 최초다.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선정된 창원 LG 스마트파크에 이어 두 번째 등대공장을 보유, 스마트 제조 기술을 선도하게 됐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현지 환경에 적합한 지능형 자율공장을 글로벌로 확대 중인데 테네시 공장은 대표적 사례”라며 “인건비가 높고 협력사 인프라가 좋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사출, 판금, 부품 제조 등을 모두 일괄 생산하는 등 자기완결형 제조체제”라고 강조했다.
테네시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 가동된 건조기 생산라인으로 또 한번의 진화를 거듭했다. 세탁기 사용 고객의 80%가 건조기를 함께 사용하는 북미 지역 고객 특성을 반영해 패키지로 생산·공급 전략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붕괴된 시기에 이 같은 전략은 북미 지역에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진가를 발휘했다.
LG전자는 북미 수요가 회복되고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서 테네시 공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 내 워시타워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추후 냉장고 등 추가 생산설비 확충도 검토 중이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 생산법인장은 “테네시 공장은 당초 확보한 부지의 10분의 1가량만 사용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남아 있는 부지를 활용해 냉장고 등 추가 생산시설 확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네시(미국)=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