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기술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을 시작하면 늦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언젠가는 닥쳐올 미지의 감염병, '디지즈 X'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상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장은 현재 자신이 이끄는 연구단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앞으로도 명맥을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지원으로 산업현장 중대사고 예방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의료진 안전 확보도 그 일환인데 심각한 팬데믹 상황을 맞아 이것에 힘이 실렸다. 김 단장이 연구한 감염병 현장 다중진단, 비대면 검체 채취(김계리 박사팀), 무인 문진·상담(황재인 박사팀),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공지능(AI) 정책 제언(김찬수 박사팀), 건물 내 접촉자 파악(이택진 박사팀) 등 기술이 연구단 활동으로 마련돼 발전 중이다. 다만, 올 연말 연구단이 일몰된다.
김 단장은 연구단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 발전시켜야지' 싶은 연구도 있고, 이제 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며 “계속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팬데믹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 디지즈 X는 허상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를 확인했다”며 “또 다른 팬데믹은 반드시 온다”고 피력했다. 일부라도 미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막상 팬데믹이 닥쳤을 때는 막막할 뿐이다.
연구단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도 이전 KIST 연구가 도움이 됐다. KIST는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 개방형연구사업으로 감염병 연구에 힘을 실었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에서도 다룬 진단기술이나 AI 정책 제언 등 기술도 이때 시작됐다.
김 단장은 “개방형연구사업은 끝났지만 그때 시작된 연구가 우리 성과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맥을 이어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연구 명맥을 이어갈 방안은 있다. 융합연구단에 이어 NST 창의형 융합과제, 기관 고유사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도 많다. 김 단장은 기존 김찬수 박사팀의 연구를 고도화해 팬데믹 위기에 보다 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당장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단순히 감염이 이뤄졌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질병이 환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얼마나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을지까지 살피는 연구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의료와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과 협업도 바라는 바다.
김 단장은 “지금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안으로 더 발전되고 새로운 연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보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연구자들이 고생하고 있는만큼 외부에서도 연구성과를 너무 숫자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