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CES에서 본 글로벌 창업대국으로 가는 길

1967년 6월 24일, 미국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 117개 가전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10년 뒤 이 전시회는 서부 모하비 사막의 끝 라스베이거스와 동부 시카고에서 나누어 개최되다가 1998년부터 지금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만 계속 개최돼오고 있다.

첫 행사에서 1만7000여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55년이 흐른 지금은 10배 이상 늘어난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가 되었다. 이 전시회가 바로 지난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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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전 위주 행사였던 CES 위상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급속히 발전한 ICT 기술이 융합되면서 폭발적인 흥행을 가져와 이제는 전 세계 ICT 제품과 기술을 뽐내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연장이자 기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 그동안 CES를 통해 발표된 신제품, 신기술은 7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컴퓨터 마우스에서부터 비디오카세트녹화기(VCR),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고화질 텔레비전(HDTV), 3차원(D) 프린터, 가상현실 등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제품과 기술이 CES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지난 5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CES 2023'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173개 나라에서 3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해 저마다 혁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그 중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CES 혁신상'은 1월 초 기준으로 디지털 헬스, 스마트시티, 로봇 등 28개 분야에서 370개 기업, 454개 제품이 선정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 370개 수상기업 중 우리 벤처·창업기업이 디지털 헬스, IT 및 소프트웨어 부문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100개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 수상기업이 총 7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CES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기업 서너개 중 하나는 'K-스타트업'인 것으로, 그만큼 세계는 우리 스타트업의 혁신성과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를 딛고 팽창하는 디지털 경제를 선점해 '글로벌 창업대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K-스타트업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더욱 촉진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디지털·딥테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시스템반도체, 데이터·인공지능,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분야에 향후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1000개 이상의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가동해 글로벌 신시장을 선점해 나가려고 한다. 또 벤처·스타트업의 빠른 스케일업을 위해 민간 모펀드 등 향후 5년간 총 40조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첨단 분야에 대한 기술보증 한도도 1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6조원 수준인 글로벌 펀드를 8조원까지 확대 조성하여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또 정부가 민간과 함께 능동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해외 스타트업 진출 인프라도 유럽, 아시아 등 보다 다양한 국가로 확충하여 벤처·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하지 않고 세계를 향해 나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CES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들은 '우린 정말 작은 회사인데 CES가 세상의 문을 열어 준 기회였다'거나 '혁신상 수상 소식만으로도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만날 수 없는 한국 대기업을 CES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정부 측면에서는 장-노엘 바로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과 스타트업 협력 논의, 해외 한인 벤처캐피털(VC)·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대상 글로벌 펀드 소개 및 협의 등 향후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이러한 기업인들의 체험담과 네트워킹 활동에서 CES도 글로벌 창업대국으로 가는 하나의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작년 9월 개최한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같은 네트워킹과 투자유치 기회를 올해는 중동, 유럽 등지까지 확대하여 추진하는 등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 가는 보다 다양한 길을 대한민국의 우수한 스타트업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번 CES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디지털 경제가 지배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따라잡고, 디지털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선점할 수 있는 열쇠는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민관이 하나되어 더 멀리 나아가자. '스타트업 코리아'를 향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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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기부 장관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 벤처기업을 창업한 기업인 출신 장관이다. 1969년생으로 서문여고와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2000년 디지털 보안 솔루션 업체 '테르텐'을 창업하고 IT·보안 전문가로서 활동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장과 제29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기관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후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벤처기업 창업자 출신 전문가로서 중소·벤처기업 재도약과 벤처 생태계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