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금융규제 혁신에 맞서는 보험업권 몽니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표한 사안을 업권 이익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보험업권 이기주의가 심각한 것인가요 금융위원회가 무능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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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본지 기사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시범사업, 결국 해 넘긴다' 보도 후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이들은 보험업계가 지나친 업권 이기주의로 일관하면서 금융규제혁신회의까지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고 일제히 성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8월 열린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는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시범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의 일환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예금상품 중개업 시범운영과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이 보고됐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올해 초부터 보험·금융업계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고 금융업법전면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변화를 준비해 왔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은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나온 온라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시범서비스 추진 정책에 환영했다.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종신보험, 변액보험, 외화보험 등 불완전판매 우려 상품은 제외 △허용되는 보장 범위 내에서 대면·텔레마케팅(TM)·사이버마케팅(CM)용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까지 나오자 변화가 시작됐다며 한껏 기대했다.

애초 금융위는 8월에 시범서비스 참여 신청을 접수하고 10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범서비스 참여 접수도 시작하지 못했다. 보험대리점(GA)과 보험설계사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대규모 결의대회까지 여는 등 당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는 수수료 부담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아직은 보험상품의 플랫폼 판매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자사 상품을 노출할 수 있어 내심 플랫폼 진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마이데이터 기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현재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시범서비스가 활로를 다시 찾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새해에도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 시절 운영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떠오른다. 당시 4차위에서는 업권별 충돌 지점을 정리하고 여러 정부 부처가 협업해야만 하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사안을 도출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아쉬웠다.

금융규제혁신회의는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직이다. 첫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앞두고 제기된 8개 금융권 협회의 규제개혁 건의 사항을 보자. 234건 가운데 보험이 77건으로 가장 많았다. 디지털경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온라인 보험 가입 비중(2020년 기준)은 생보 0.3%, 손보 6.3%에 그친다.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등 제한적 영역에서만 비대면 채널 판매가 확대되고 있어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기능을 온라인 플랫폼에 개방하면 또다시 빅테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보험시장에 진입할 메기가 두려워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보험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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