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새해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감산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 행보여서 주목된다. 당장은 어렵지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때를 감안, 선제 투자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려 놓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대로 성공하면 결실은 풍성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도 위기를 발판으로 초격차를 벌려 왔다.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경영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정보센터가 내놓은 벤처투자 수익률 분석도 시사점이 크다. 닷컴붕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이듬해인 2002년(8.5%)과 2009년(8.6%)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불황기엔 투자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지만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낮아서 차후 더 큰 수익을 선사한 셈이다.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것은 투자 정석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골이 깊으면 봉우리는 높기 마련이다.
제조 강국 한국은 유독 투자가 얼어붙고 있다. TV·휴대폰 등 전방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후방산업은 처음의 투자계획을 철회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여파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로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투자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경쟁이 버겁던 어플라이드 등 해외 소부장 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불황의 안개가 걷히게 되면 우리 기업의 초라한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알면서도 당하고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는 게 '투자 하수'의 전형이다.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야 달콤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청개구리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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