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혜택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연내 예정된 신규 사업자 입찰에 이목이 쏠린다. 내달 사업 기간이 종료되는 롯데·신라면세점과 달리 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은 새해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정임대료를 내야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신규 사업권 입찰 흥행에 고정임대료 변수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말 면세업계에 임대료 '특별감면제도'를 제안했다. 연내 임대료 감면 혜택을 종료하는 대신 새해부터 2019년 대비 여객 수요 감소량 50%만큼을 고정임대료에서 감면하는 것이 골자다. 단 여객 수요가 60% 이상 회복할 경우 특별감면은 종료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감면제도를 거부할 경우 임대료를 100% 원상 복구한다.
면세업계는 지원 효과가 미미한 '생색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에 비해 면세점 매출 회복이 더디다는 주장이다. 여객 수요 60% 회복이 멀지 않은 점도 지적한다. 업계는 현재 여객 수요가 2019년 대비 45~50% 수준까지 회복해 새해 1분기면 특별감면도 끝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 '최후통첩'에 업계는 백기를 들었다.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현대백화점면세점, 경복궁면세점, 그랜드관광면세점 등은 특별감면제도에 동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제안을 거부해 임대료가 원상 복구될 경우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렵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부담은 신규 사업자 입찰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중 신규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내고 새해 3월까지 입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제1터미널(T1), 제2터미널(T2)를 합쳐 총 15개 사업권이 걸린 역대 최대 규모다. 향후 10년 사업 운영권이 걸린 만큼 업계 관심이 높다. 하지만 고정임대료 부담이 변수로 부상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입장은 잔여 사업기간에 따라 첨예하게 나뉜다. T2에 위치한 롯데·신라는 내달 중순 사업 기간이 만료된다. 신규 사업자 선정이 늦어져 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6개월 연장 운영이 유력하다. 당장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정임대료 부담을 피하며 입찰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
반면에 T1에 위치한 면세점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새해 8월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2025년 8월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특별감면제도를 적용하더라도 약 180억원에 달하는 고정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한 달 적자만 100억원 이상 늘어난다. 경복궁·그랜드관광 면세점 등 중견·중소 사업자도 같은 처지다.
특히 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 행보가 주목된다. 업계 3·4위인 양 사는 후발주자로서 강한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높은 임대료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지난주에 열린 제주국제공항 입찰에도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롯데·신라면세점만 참여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