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디지털 미디어·콘텐츠 발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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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 기술 발전은 소비자가 미디어 콘텐츠를 향유하는 모습을 양적·질적으로 변화시켰다. 갈수록 더 많은 시간을 미디어·콘텐츠와 함께 보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 방송드라마 등에 한정되지 않고 크리에이터 콘텐츠나 실감 입체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이 추세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산업혁신 및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며 전통 방송 미디어가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미디어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3대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OTT는 글로벌 진출과 성장을 촉진하고 메타버스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한편 1인 미디어와 같은 크리에이터 미디어를 질적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는 앞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우리의 디지털 첨단기술 역량과 결합해 가장 효과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축적된 국내 역량을 결집, 노하우를 살려서 전략을 세우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어떤 플랫폼이든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한 활용해서 서비스를 향상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콘텐츠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담은 '메타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해서 활용하면 사용자의 시청 데이터에 기반, 정교하게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이는 해당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 OTT를 비롯한 미디어 기업은 이런 면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아직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적시에 활용되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 제작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지' '레아' 등 최근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늘려 나가고 있는 가상인간인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는 경우다. 이와 더불어 LED 월에 가상배경을 실시간으로 구현해서 촬영하고, 특수효과 등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방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촬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창의적인 콘텐츠 출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비용·기술적 장벽이 큰 만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나아가 초실감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메타버스 미디어'는 그 자체로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결정체다. 메타버스 내에서 미디어를 생성하고 전송·재현하는 모든 단계에서 기술 역량 확보 및 도전적인 적용 사례 등을 통해 산업에 도입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첨단 미디어 현장에서는 역량 있는 개발자·기술자 등 고급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데 미디어 분야에서 관련 인력 양성을 통해 풀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가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직업 환경을 개선하는 등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크리에이터 양성과 창작 지원으로 크리에이터 산업을 스케일업 하는 것이 중요하다. 1인 창작자를 위한 특별 지원법 제정도 고려할 만하다.

이제 디지털 미디어·콘텐츠는 국내에서 글로벌로, 현실세계에서 가상공간으로, 방송사에서 개개인 창작자로 확장되는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CT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세계 최고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첨단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시장과 기술 출현을 주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dysy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