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우주경제 로드맵

최근 정부가 우주개발 청사진을 담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3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5대 우주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 인재 양성, 우주 안보 실현, 국제공조라는 6대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 역할로 2023년 말까지 우주항공청 설립 비전도 제시했다. 기술경쟁 패권 시대에 우주경제를 향한 국가적 의지를 원대하게 내비쳤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과거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중심 우주 정책을 이제 경제라는 더 넓은 틀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청사진'으로서 로드맵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가야 할 길을 추상적으로 읊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로드맵 공개에 앞서 로드맵 수립 절차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요자에게는 과거부터 반복된 수많은 우주개발 정책 나열의 재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열식 우주 정책은 과거 우리나라 우주개발에서 늘 반복돼 온 부분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이 우주정거장 계획, 달 유인개발 계획을 앞다퉈 내놓는 등 세계 우주개발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번 우주경제 로드맵의 원대한 비전은 공감대를 얻기보단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평가된다. 원대한 비전을 담아내기에는 로드맵 수립을 위한 준비 기간은 물론 머리를 맞댈 전문가 집단 또한 소규모로 운영되면서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우주경제 로드맵 또한 공급자 중심 우주 정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기술 확보 우선주의로 말미암아 활용법이 없었던 공급자 사고방식의 R&D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듯 우주개발 또한 이러한 전유물 신세를 반복한다면 로드맵 역시 막대한 시간과 예산만 투자한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로드맵이 같은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이번 발표와 함께 쏟아져 나온 남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로드맵에 담긴 목표가 어떤 근거로 산출됐는지 우주기술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어떤 과정과 단계를 거쳐 발전시킬지 더 긴 시간을 두고 세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주 선진국의 비전이 단순히 기술만 있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란 공급자 중심의 단순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직시하고 다시금 풍성한 경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다듬어 가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은 늦은 시작이다. 늦은 시작을 충분한 결과로 상쇄하기 위해 이제부터는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실행 중심 방안으로 보완해서 이를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기 삶과 우주경제 시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미래를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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