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억7000만명, 평균 29세의 젊은 나라 인도네시아가 K-드라마, K-팝 등 K-콘텐츠로 뜨겁다.
드라마 '겨울연가' '풀하우스'와 슈퍼주니어로 시작된 인도네시아 내 한류는 스마트폰·초고속인터넷 등 기술 발달과 넷플릭스·뷰(Viu)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 활성화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팝·드라마 대세…애니메이션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단연 K-팝과 드라마가 대세다. 인도네시아는 K-팝 음악이 강세를 띠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다. 2020년 이후 인도네시아 팝 음악에 이어 K-팝과 미국 팝송 순으로 순위가 뒤집힐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K-팝 소비 특징은 한국 시장에서 K-팝 소비 순위가 시차 없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아이돌 신곡 출시, 대형 신인 아이돌 데뷔곡에 대한 뉴스와 K-팝 트렌드가 빠르게 번역돼 인도네시아로 전달되고 있다. 실제 8월 데뷔한 뉴진스가 인도네시아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데뷔곡 '어텐션'과 앨범 수록곡 다수가 애플뮤직과 현지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톱100에 포함됐다.
슈퍼주니어로 시작된 한류는 소녀시대·워너원 등을 거쳐 엑소·방탄소년단·트와이스·NCT·에스파 등으로 이어졌다. K-드라마 흥행에 따른 OST도 인기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콘텐츠·연관산업 상설전시관 '코리아 360'과 같은 날 오픈한 SM엔터테인먼트 스토어 '광야'는 첫날부터 소속 가수 굿즈를 구경·구입하고 카페를 이용하려는 K-팝 팬으로 넘쳐났다.
광야를 찾은 타우픽(남·20대) 씨는 “중학교 시절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소녀시대를 접했지만 느린 인터넷 속도 등으로 자주 찾아볼 수는 없었다”며 “과거 대비 인프라가 고도화됐고 발전해 온라인에서 K-팝을 접할 기회가 늘었는데 자카르타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문을 열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K-드라마는 OTT를 기반으로 인기가 급증했다, 과거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초기에는 지상파방송 편성에 의존해 인도네시아 시청자와 제한적 접점을 만들었다. 방송국에서 한류 콘텐츠를 편성하지 않으면 사실상 합법적인 콘텐츠 제공 경로가 없었다.
그러나 OTT가 등장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른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크게 늘어났다. 아이치이, 위TV(We TV), 몰라 TV, 뷰 등 광고 시청을 통해 무료로 콘텐츠 접근이 가능한 여러 로컬 사업자 등장으로 OTT는 한국 방송 콘텐츠 시청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9월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환혼' '미남당' 등 K-콘텐츠가 넷플릭스 인도네시아 톱10 중 9개를 석권했다. 다른 나라 콘텐츠는 넷플릭스 미국 오리지널 '숨 쉬어라'가 유일했다. 5일(현지시간) 넷플릭스 공식 톱10 시리즈에도 '슈룹' '산후조리원' '썸바디' '코리아 넘버원' '모범형사' '빈센조' 6개가 포진해있다.
'뽀로로' '라바' 등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창업한 오승현 스튜디오쇼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애니메이션 불모지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하는 나라로 거듭났다”며 “스튜디오쇼는 인력 양성, 해외 작품 수급, 제주 소재 '상상꾸러기 꾸다'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애니메이션 핵심 타깃층인 0~14세 어린이·청소년이 7400만명인 나라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캐릭터 등 지식재산(IP)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팍스·카툰네트워크·월트디즈니·인도네시아 MNC그룹을 거쳤다.
◇한류마케팅 등 콘진원 지원 확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렇듯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류 파급효과를 촉진하기 위한 연계사업으로 'K-브랜드 한류마케팅 지원사업'을 올해 처음 시작했다.
K-콘텐츠를 활용해 농식품, 수산식품, 소비재 등 연관산업 제품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공예, 식품, 출판, 콘텐츠 등 간접광고(PPL)를 지원해 노출 기회를 늘리고 해외 판매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올해 사업에 선정된 40개 제품 모두 tvN '슈룹' '월수금화목토' KBS '법대로 사랑하라' 등 동남아시아에서 방영이 됐거나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 간접광고로 매칭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리아 360' 콜렉트 타운에도 해당 사업 상품들이 전시, 한류 팬과 바이어에게 소개됐다.
김영수 콘진원 인도네시아비즈니스센터장은 “국내 콘텐츠 기업 90% 이상이 영세하다보니 자사 콘텐츠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해외 시장에 한두 달 내 빠르게 진출하려다보니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계획하는 콘텐츠 기업은 1년 정도는 준비해야 하고 콘진원 비즈니스 상담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시장 문을 두드려야 계약 등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또한 현지 바이어에 대한 시장조사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대비 인도네시아 시장의 낮은 단가와 잠재 유료 고객이 적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10~20% 수준의 가격과 낮은 유료 콘텐츠 시장을 고려한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