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자를 지키는 정보통신기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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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은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의료사고를 막고, 잘 치유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환자가 그동안 자각하지 못하던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의료비용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의학적 조치에 대한 판단을 의료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면서 의료서비스 소비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정밀의학 시대가 오고 있지만 아직 의학은 환자의 치유를 돕는 역할에 그친다. 그럼에도 환자는 자신을 위한 진료 과정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많은 훈련을 받은 의사가 선택한 의학적 조치를 환자는 그동안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제 환자는 예전처럼 의학적으로 무지하지 않고 질환과 병원에 정보에 많이 접근하고 있다.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오랫동안 주관적인 경험을 해 온 환자 본인이다. 앞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은 더욱 환자의 역할을 늘리면서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환자와 의사 간에 공유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중장년 만성질환자와 노인 인구 모두 폭증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과 병원의 비즈니스모델 모두 변화되어야 한다. 간단한 혈압계·체온계·저울과 투약 설문지는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되면 훌륭한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가 된다. 의료행위가 진료실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이뤄진다. 특히 여러 만성질환을 오랫동안 앓을 수밖에 없는 노인 치료에는 환자부터 적극적으로 체중·체온·혈당·맥박·호흡수와 같은 중요한 징후를 기록·분석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사용해서 참여해야 하고, 어떤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충분한 돌봄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정보를 다루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의료정보는 왜 환자가 이해할 수 없고, 다른 병원으로 가져갈 때 비용이 들고 일부만 얻을 수 있는가. 의료정보는 소비자인 환자의 소유물이고, 의료기관에 그 활용과 보관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의료정보는 개별 의료기관에 귀속되어 지식재산권처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 장벽은 환자가 병원을 바꾸기 불편하게 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받게 하기도 하며, 2차 의견을 구하지 못해 의료행위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의료사고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환자가 제대로 된 돌봄을 계속 받는지 파악하지 못해서 치유가 늦어지고 재정낭비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의료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사립병원에 의존하면서 건강보험 수가를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면서 돌봄이 분절되는 것을 놔 둔다면 의료비용 증가를 막지 못한다. 건강보험료는 늘어 가기만 하는데 비효율적인 의료시스템 운영은 국민 모두의 원성을 살 뿐이다.

보안 등 문제를 극복하고 의료정보의 사용 권한을 환자의 손에 쥐여 주어야 한다. 개별 의료정보는 병원과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되는데 환자와 병원이 동시에 인증하는 보안기술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전국 어디서든 접근한다. 의료정보가 지금처럼 환자가 다니는 병원마다 나뉘어 분절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차원의 의료기술이 사용될 수 있고, 의료기관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내가 접근을 허가한 의료정보는 다양하고 효율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24시간 가능케 할 것이다. 그리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는지를 환자와 국가가 파악하면서 의료비용이 조절되고,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한 돌봄을 받으니 지역사회의 의원과 중소병원의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안전한 원격진료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은 대형병원에서만 구현되거나 부자를 위한 값비싼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의 역량 강화(Patient empowerment)를 통한 의료시스템 혁신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다.

김재홍 가천대 의대교수. 신간 '건강의 비용'의 작가 geretic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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