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테크 허브를 가다]현대카드, 이스라엘에 한국 디지털 입히다

Photo Image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기반으로 한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2017년 3월 인수)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됐다.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하드웨어 칩부터 소프트웨어 운영시스템까지 직접 생산·개발하는 혁신기업이다. 이 회사는 상장 첫날 주가가 30% 이상 급등해 시가총액 22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17년 인텔이 인수한 가격인 153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잔뜩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독일 최대 유통그룹인 슈바르츠 그룹이 지난해 이스라엘 헤르츨리야에 기반을 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XM 사이버를 7억달러에 인수했다. XM 사이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수장이던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국장을 비롯해 이스라엘 사이버 정보계 주요 인사들이 설립한 회사다. 기업 네트워크상 공격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 HCL,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을 기술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Photo Image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인 '도메인 갤럭시'와 세계 스타트업 요람인 이스라엘로 '테크캠프'를 떠났다. 도메인 갤럭시는 현대카드 PLCC 파트너들의 '데이터 동맹'을 일컫는 말이다. 앞서 현대카드는 네이버, 넥슨, 무신사, 이마트, 쏘카, 현대자동차, GS칼텍스, SSG.COM 등 각 분야 1위 기업 18곳과 동맹을 맺고 PLCC 전용 상품 출시를 비롯해 도메인 갤럭시를 필두로 한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등 전방위적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메인 갤럭시는 파트너의 비즈니스 성장을 추구하며 현대카드가 보유한 데이터가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서로 업이 다른 이들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주간 468.9㎞ 여정, VC·혁신기업 등과 53번 미팅

Photo Image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인 도메인 갤럭시와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인 이스라엘로 테크캠프를 떠났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가운데)과 PLCC파트너사 관계자들이 트래픽 분석 플랫폼 시밀러웹에 방문했다.

테크캠프 여정은 2주간 강행군이었다. 테크캠프 기간 참여자들은 468.9㎞를 달려 40개 혁신기업, 9개 벤처캐피털(VC), 4개 정부 기관 등 총 53번 미팅을 진행했다. 이스라엘 영토는 우리나라 남한의 5분의 1 수준이다. 서울과 부산까지 거리가 396㎞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 영토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다.

테크캠프는 현대카드 내부 프로그램을 PLCC 파트너까지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도메인 갤럭시와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내용을 교류하고 협업을 논의하는 '도메인 갤럭시 카운슬'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이들이 참여하는 테크캠프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에서 해외 인사이트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데이터 동맹인 PLCC 파트너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9개월간 과정을 거쳐 준비했다”면서 “이스라엘 기술 생태계를 이해하고 앞으로 접목하자는 발상이 기획 의도”라고 강조했다.

Photo Image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인 도메인 갤럭시와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인 이스라엘로 테크캠프를 떠났다. 현대카드 PLCC파트너사 관계자들이 기업용 영업지원 솔루션 업체 공에 방문했다.

이렇게 구성된 테크캠프에는 국내 굴지 기업들이 포진해 소위 '경제사절단'을 방불케 했다. 테크캠프에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외 현대자동차, 이마트, 네이버, 쏘카, GS칼텍스, 야놀자 등 11개 파트너사 총 31명 임원이 참석했다. 이 중에는 이정헌 넥슨 대표, 조만호 무신사 의장,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등 파트너사 대표이사(CEO)부터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치프(Chief)급도 13명에 달했다.

◇국민 1인당 창업 비율 1위, 비결은

이스라엘은 성지순례로 유명하지만, 전 세계에서 이목을 끄는 스타트업이 많은 국가다. 영토는 우리나라 경상남도 면적과 유사하고 인구는 900만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 1인당 창업 비율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삶을 개척하는 강한 민족성과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열린 사고가 반영됐다.

혁신 기업도 화수분처럼 나오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내에는 7500개 이상 스타트업이 포진됐으며, 이중 나스닥 상장사만 117개에 달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외에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도 상당하다.

OECD 국가 중 연구개발(R&D) 지출에서 2020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5.44%를 투자해 당당히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성장에는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이스라엘은 1990년 초기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조달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이를 위해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 주도로 '요즈마(Yozma)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렇게 가동된 요즈마 프로그램을 통해 출범 초기 2억6000만달러에서 2000년대까지 30억7000만달러 펀드를 조성하면서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성장을 주도했다. 이에 신규 벤처기업도 1993~1995년 중에는 100개 이상, 1996~1997년 중에는 200개 이상, 1998~2000년 중에는 매년 300개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요즈마 프로그램은 종료 후 민영화돼 요즈마그룹이 직접투자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군대를 통한 육성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이스라엘은 대표 징병제 국가로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의 의무복무를 채워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때 다양한 기술과 더불어 자기계발 등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직접 만난 이스라엘 테크기업 CEO들은 모두 자신을 소개할 때 군대 경험을 언급했다. 최고 엘리트 정보 기술 부대인 8200부대에서 복무를 했다는 언급 등이다. 일례로 나아마 오피크 아라드 리스키파이드(Riskfied) COO는 군대에서 F16을 몰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니브 골드버그 요즈마 이노베이션 센터장(CEO)은 “군대에서 가장 첨단의, 실제 케이스 스터디 기반 기술과 예산 제약 없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군대 스타트업과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서 “CEO에게 군대의 도전적인 환경은 생애 최초 실수도 맘껏 할 수 있고, 그들의 스타일·네트워크·지구력을 키우는 세계 최고의 경영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일-한국, 핀테크 교류 동맹 강화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혁신기업에 국내 기업의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보안 분야가 국내 기업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보안 강대국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500대 사이버 보안 기업에서 이스라엘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약 10%로, 사이버 보안 관련 수출액만 60억달러 규모다.

실제 테크캠프를 통해 방문한 클라우드 보안·모니터링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위즈(WIZ)'와 'XM 사이버' 등에 협업하고 싶다는 국내 기업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위즈는 가시성 높은 클라우드 관계도를 생성, 구성문제 진단과 취약점, 외부공격 등을 차단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XM 사이버는 클라우드 및 온프레미스 네트워크 전반에 숨겨진 공격 경로와 보안 제어 격차를 찾아 노출 위험을 축소시킨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클라우드 관련 높은 역량을 가진 기업을 국내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을 도입하면 인프라 구축 등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어 매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리스키파이드(Riskfied)의 사스(SaaS) 기반 이커머스 사기 및 지불 거절 방지 제공 솔루션은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관심을 받았다. 리스키파이드는 거짓 제품 미수령 주장과 한정판 제품 대량 구매 등을 차단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리스키파이드의 솔루션이 이커머스 사기 등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해 해외 시장에 맞는 이커머스 사이트 변환, 결제, 물류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e'의 솔루션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PLCC 파트너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현대카드는 2차 테크캠프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중심에서 도메인 갤럭시들의 공동 협상을 주도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테크캠프에 대한 파트너사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감사하며, 향후 2차 개최도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이스라엘 테크 허브를 가다]현대카드, 이스라엘에 한국 디지털 입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