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로봇과 동행하다]①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도시, 대구

1921년 희곡에 등장한 로봇, 100년만에 인간 삶 깊숙히 파고 들어
대구시, KT와 손잡고 로봇기업 유치·판로개척 등 로봇 육성 사활
국가로봇테스트필드사업 올해 말 재신청...로봇융합단지 조성

'로봇(Robot)'의 어원은 체코어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다. 1921년 체코슬로바키아 소설가 차페크가 발간한 '로섬의 인조인간'이라는 희곡에서 처음 등장했다. 1962년 세계 최초 산업용 로봇 기업 미국 유니메이션이 설립된 후 지난 60년 동안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했고, 지금 이 순간 성장 시계는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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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04년 영화 '아이로봇'은 인간이 지능을 가진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를 그렸다. 개봉 당시 먼 미래처럼 여겨졌던 로봇이 지금 우리 일상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신화와 같은 존재로 희곡에 등장했던 로봇이 100년이 흐른 지금 인간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로봇 선도도시를 꿈꾸는 대구를 중심으로 제조, 복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로봇을 찾아 인간과 공존을 끝없이 모색하고 있는 과정을 8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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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양 영화의 한장면

최근 개봉한 영화 '애프터양'은 고도로 발달한 테크노사피엔스가 보편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다룬다. 잎차 상점을 운영하는 부부가 입양한 중국인 딸(미카)을 위해 양이라는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를 구입하고, 양은 미카의 훌륭한 오빠 역할을 하지만 어느 날 작동을 멈춘다. 영화는 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로봇의 정체성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실 이미 우린 영화와 같은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로봇이 호텔 객실로 물건을 전달하고, 식당이나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음식을 실어 나른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고, 바리스타 로봇이 직접 커피를 내린다. 사업장에서는 자율주행 방역로봇이 실내를 소독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이 학습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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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비스로봇이 대구 소재 스크린골프장에서 직원을 도와 음료를 나르고 있다.

로봇 시장은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4년 글로벌 로봇산업 시장 규모를 148조원으로 보고 있다. 2030년이면 지금의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 이후 서비스로봇이 산업용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로봇 사업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서고 있고, 서비스로봇 기업 KT가 다양한 로봇을 시장에 속속 내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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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산격청사에서 방역로봇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가 2019년 로봇산업 선도도시 비전을 발표하고, KT와 협력해 로봇 기업 유치·판로 개척 등 로봇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는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를 시작으로 5G 기반 첨단 제조로봇 실증 기반 구축,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 구축 등 인프라를 다져나갔다. 시장 창출과 부품경쟁력 강화, 가치사슬 확장 및 상생 시스템 구축 등 로봇산업 핵심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굵직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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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제조로봇 중심 시책에서 서비스로봇으로 사업목표와 범위를 확대·전환하면서 미래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부 전략도 수립했다. 정부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발맞춰 대구테크노폴리스를 중심으로 장비와 지원시설을 집적화한 서비스로봇 산업 융복합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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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터와 감속기, 로봇SW 등 로봇 핵심부품 및 로봇 SI기업을 집중 육성한다. 기존 제조로봇과 보급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로봇 R&BD와 사업화 중심으로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요 창출도 로봇산업 육성의 중요한 고리인 만큼 대구 도심 전역에 서비스로봇 실증 모델하우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시민 실증보급 30개소를 오픈하고, 철도연계 물류로봇자동화, 로봇친화형 건물을 도입할 방침이다. 현대로봇틱스, 삼익THK, 아진엑스텍, DGIST, 경북대, 영남대 등 지역 기업 및 대학과 협력해 로봇 기업 맞춤형 인력양성에도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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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공장에 도입된 로봇자동화라인

시는 지난 8월 기대했던 국가로봇테스트필드(3000억원) 예비타당성조사에 탈락했지만, 기획을 재정비해 올해 말 재신청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동대구역과 대구미술관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서비스로봇 실증·보급사업을 확대하고 스마트 이송물류 자율이동로봇(AMR) 산업육성 초광역협력 플랫폼 구축사업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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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위치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승대 대구시 혁신성장실장은 “내년에는 반드시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하고 로봇융합단지,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등을 통한 산업육성과 서비스로봇 실증·보급사업 확대를 통해 대구가 글로벌 로봇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로봇산업 현황]

[일상, 로봇과 동행하다]①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도시, 대구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