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Live Like a L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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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장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씁쓸해 보인다.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치원역은 충청권에서 천안, 대전역과 더불어 3대 국제 역이었다. 매일신보 기사(1931년 4월 17일 자)를 보면 충청권역에서 만주로 이민을 떠나는 2000명 정도 만주이민단 열차가 조치원에서 출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교통 요충지였다. 하지만 호남선 철도 분기와 도청 유치가 실패하며 번번이 발전 기회를 놓쳐버린 조치원은 그 후로 기형도의 '조치원'이라는 시처럼 상경한 젊은이들이 낙향하는 길에 지나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왔다. 한때 관문 역할을 하던 중심지에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채 개성을 뽐내는 여관건물과 다양한 청과 상가 건물이 남겨져 있다.

수도권으로 청년 이탈이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는 가운데 귀촌해서 고요하게 잠들어있던 지역 매력을 깨우는 청년들이 등장했다. 바로 '로컬크리에이터'다. '지역혁신 창업가'로도 불리는 이들은 지역 문화적 특색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도시 골칫거리였던 유휴공간을 북적이는 핫플레이스로 가꾸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가치를 창출했다.

원도심으로 소외감만 느끼던 조치원에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친근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 조치원이 갖고 있는 휴먼웨어적 강점에 매료돼 찾아온 이들은 폐정수장을 문화공간인 '조치원문화정원'으로 로컬 거점화하고, 조치원 특산물인 복숭아를 활용한 저도수의 신개념 주류 '복숭아 하드셀처'를 개발하며 지역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충청권역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 운영기관으로서 조치원 로컬 브랜드 탄생 활성화에 마중물을 부었다. 지난해 충청권역에서 44개 기업을 발굴하고 로컬크리에이터 간 커뮤니티 빌더로서 기업 육성뿐만 아니라 로컬 연구모임, 선후배 로컬크리에이터 간 협업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광범위한 로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세종시 북부권을 중심으로 하는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스테이션 조치'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조치원의 지역적 유산에 청년 아이디어가 더해져 혁신적인 로컬브랜드를 구현하게 된다.

핵심 사업은 '청년문화거리 조성사업'이다. 오랜 옛날 청년들이 묵었던 여관을 오늘날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가꾸거나 방치된 유휴공간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많은 청년 인구, 로컬 브랜드로서 성장 가능한 기업 발굴을 위해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소상공인 협업아카데미와 같은 사업도 유치했다.

민선 4기로 출범한 세종시는 조치원 등 북부권 중심으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을 활성화해 신·구도심 간 균형발전 도모를 기획하고 있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로컬 창업 생태계 플레이어가 더 확장된 필드에서 비전을 펼치는 데 필요한 지원 인프라를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조치원에서 탄생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조치원의 새로운 상권을 이끌어갈 스타 벤처를 중심으로 북부권 로컬타운 조성에 앞장서고자 한다.

오는 28일 유휴공간이었던 옛 한림제지 터가 새롭게 태어난 조치원1927문화공간에서 로컬크리에이터 현재와 미래를 함께 들여다보는 축제 로컬페스타가 열린다. 이제 조치원에 찾아온 청년들은 'Live Like a Local'이라는 네온 간판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될 것이다.

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장 cholsoonsk@cce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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