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반도체, 플랜B 서둘러야

한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50%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시황이 좋지 않아서 빚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발표한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반도체기업 경영지표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 반도체산업이 하락기에 접어든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3개사뿐이고, 시총 순위와 수익성은 뒷걸음질했다. 2018년 이후 삼성전자는 시총순위에서 2계단, SK하이닉스는 4계단 하락했다. 시총은 기업의 기업 성장성과 경쟁력을 보여 준다. 특히 주가는 미래 가치를 앞당겨서 반영하는 만큼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치가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업계에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정점을 찍었다”는 자조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간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 반도체 위기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미세화 공정 기술의 경쟁력이 핵심인 메모리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었다. 이것이 서서히 현실화하는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 중심의 미국과 대만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 육성이라는 구호는 요란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기업과 정부가 메모리 호황에 안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반도체도 한국경제도 장담할 수 없다. 좀 더 파격적인 '반도체 대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뒤지지 않는 전략을 우리도 만들고,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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