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로 해외 직접구매(직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e커머스 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대목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각 업체는 차별화 상품을 늘리고 재고를 미리 확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에 해외직구 시장도 얼어붙었다. 올 상반기 BC카드 고객의 해외직구 결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했다. 특히 강(强)달러 영향을 직접 받은 미국 직구 결제 건수는 1년 새 18.3% 급감했다.
통계청 조사에도 해외직구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나타났다. 상반기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2조67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해외 직구액 증가율이 33%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미국 직구 시장은 5%대 성장률에 그쳤다. 엔저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난 일본 직구 시장이 30%가 넘는 성장률을 거둔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직구 시장이 위축된 것은 가격 매력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0달러짜리 물건을 약 12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45만원을 줘야 한다. 명품·전자제품 등 구매단가가 높은 해외직구 특성상 소비자 체감은 더 크다.
미국 최대 쇼핑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e커머스 업계의 고심도 깊어졌다. 국내 직구 플랫폼을 통해 해외 발송부터 통관 절차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편의를 높인 e커머스 입장에선 고환율로 말미암아 대목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롯데온은 1개월 동안 '해외직구 세일 위크'를 열어 1만여개 직구 상품을 최대 12% 할인한다. 고환율과 항공운임비 상승으로 가격 장점이 상쇄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고객이 해외직구로 자주 구매하는 150개 이상의 인기 상품 재고를 사전에 확보하고 입점 셀러와 환율 변동을 최소화,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협의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11번가도 이달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11월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전개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아마존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할인율이 높은 '딜' 상품을 정교화하고 해외직구족에게 인기가 높았던 상품을 엄선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온라인 해외직구 거래액 추이(자료=통계청)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