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마케팅? 적금 만기 달성해야 한도계좌 풀어주는 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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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자금이체를 제한하는 한도계좌 해제 방법 중 하나로 카카오뱅크가 특정 상품을 가입하는 방식을 허용하고 있어 '인질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시중 은행 일부 지점에서 직원 실적 확보 등에 악용되던 방식을 카카오뱅크 고객 전체에 적용하면서 한도계좌 본래 취지인 대포통장 예방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서류 제출 없이 한도 계좌를 해제하는 방법으로 '26주 적금 만기 달성'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

금융거래한도계좌(한도계좌)는 1일 출금 및 이체한도가 제한되는 계좌를 뜻한다. 금융사는 입출금 통장 개설시 대포통장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이때 필요한 증빙서류는 각 은행이 자사 운영지침에 따라 모두 다르다. 다만 통상 개인의 경우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표 등 급여 수령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법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이나 법인등기부등본 등 다소 까다로운 객관적 증빙자료를 필요로 한다.

카카오뱅크는 증빙서류 제출 외에 자동해제 요건을 두고 있다. 26주적금 만기를 달성하거나 모임통장 회비 납부 등 조건을 충족하면 이체 한도를 풀어준다. 다른 증빙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적금 가입이 불필요한 고객도 계좌 이체한도를 늘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26주 적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6주 적금통장은 카카오뱅크 대표 상품이다. 2018년 6월 출시해 지난해 말 기준 1000만계좌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가 26주 적금을 활용한 '자동해제' 요건을 도입한 것은 2019년이다. 최초 가입자 대부분이 한도계좌를 받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자동해제 요건과 26주 적금 가입자 증가와의 상관관계를 의심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수는 2017년 199건 대비 2021년 2705건으로 13.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의 경우 같은 기간 157건에서 423건으로 2.7배 늘었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토스뱅크나 케이뱅크는 특정 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두지는 않는다. 토스뱅크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통해 재직 여부를 확인하며, 무직자의 경우 아파트 관리비나 공과금 납부 이력을 살핀다. 케이뱅크는 여기에 '공동인증서'를 통한 재직 정보 확인을 추가로 지원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기이용계좌가 늘어난 것은 고객 수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한도계좌 해제를 26주 적금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은 비약이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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