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1호 개발 사업 시작으로
2·3·5호 시스템 잇달아 고도화
천리안 2A호 지상국 구축 '성과'
솔탑 등 전문기업에 기술이전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정보화 기술 성과로 이름 높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곳을 우주 분야와 연결해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ETRI는 우리 '위성관제시스템'을 처음으로 실용화하고 다수 위성 탑재체를 개발해 위성 성능을 고도화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군집 위성 통신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여러 위성의 관제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그동안 이목을 끌지 못했던 ETRI 우주 성과를 4회에 걸쳐 조망하고 미래 발전상까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관제시스템은 위성과 무선으로 통신해 상태를 파악하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토록 명령하는 시스템이다. 지상에서 위성을 감시·제어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여러 기능 가운데 단 하나만 잘못 돼도 위성을 잃어버릴 수 있어 특히 중요한 기술 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ETRI가 불모지서부터 이를 실용화·구축하고 기술이전으로 산업화 씨앗까지 뿌렸다.
본격적인 시작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 개발 사업이다. ETRI는 1990~1994년 무궁화위성 실험실 모델 위성시스템 개발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관련 경험을 갖춘 곳이다. 1995년 아리랑 1호 사업에 힘입어 독자 기술 제작에 본격 나섰다. 당시 '위성통신기술연구단'은 미국과 영국, 러시아, 인도를 찾아 관련 교육을 받고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해 가르침을 구하기도 했다. 전자, 통신, 전산, 물리, 우주 등 다분야 인력을 갖추고 고된 노력 끝에 시스템을 완성 시킬 수 있었다.
이후 아리랑 2·3·5호 관제시스템을 지속 개발해 시스템 경량화와 신기술 접목을 이뤄냈다.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1호' 관제시스템 분야까지 국산화·개발했다. 정지궤도 위성 관제시스템은 저궤도 시스템 대비 개발 난도가 더욱 높다. ETRI 연구진은 천리안 1호의 고속통신, 해양관측, 기상관측 임무에 대응, 완성도 높은 시스템 구현에 성공했다.
이어 ETRI는 상용 정지궤도 위성인 무궁화위성 7호와 5A호 관제시스템도 성공적으로 개발해 냈다.
2018년 발사된 기상위성 천리안 2A호 지상국도 개발했는데 다채널, 고해상도, 대용량 관측 자료를 연속 수신·처리·분석·관리하고 이를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및 구축에 성공했다. 기존(천리안 1호) 대비 1000배 이상 대용량 기상자료를 초고속 처리하는 '병렬화 처리기법'을 적용했고 구름이나 황사 등 기상 산출물 생산·처리 작업을 분배 제어하는 수신처리 엔진을 개발해 지상국 기본 신경망으로 활용했다.
ETRI는 저궤도 위성 여러 대를 군용 목적으로 활용하는 군 정찰위성군(425위성) 지상 관제시스템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위성 한 대가 아닌 여러 대를 관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진다.
ETRI 성과는 고스란히 산업계 성장으로 이어졌다. 쎄트렉아이, 솔탑과 같은 위성 전문기업이 ETRI의 관제시스템 개발 사업에 참여해 기술이전을 받았다. 불모지에 씨를 뿌려 산업 성과까지 이룬 셈이다.
이병선 ETRI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ETRI의 지난 30여년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위성을 지상 관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첨단 ICT를 활용해 수십에서 수백대 위성을 한 번에 효율적으로 관제 운용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도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