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지난해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미얀마 난민을 위해 국내 과학기술 관련 기관과 국회가 손잡고 제작한 '희망정수기'를 기증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열린 기증식은 광주시를 방문한 소 로버트 카렌난민기구 대표의장과 김기선 총장,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고정주 지스트 발전기금 이사장, 김경웅 지스트 국제환경연구소장(지구·환경공학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희망정수기'는 지스트 국제환경연구소의 수(水)처리 기술과 아모그린텍의 소재 기술을 활용해 전기 없이 중력식으로만 작동하도록 제작한 막 여과 정수 장치다. 중력에 의한 수압을 이용해 오염된 물을 막에 통과시켜 수중에 존재하는 입자성 오염물질 및 세균을 높은 효율로 제거한다. 별도 전기 공급이 필요 없고 특별한 유지보수 없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재난지역 및 피난지역에서 매우 유용하다.
특히 수처리 장비 기술로 개발한 희망정수기는 지리·경제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최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맞춤식 소규모 수처리 시스템이다.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협력 15대 유망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지원 사업은 군부 쿠데타로 삶의 터전을 잃은 미얀마 현지 시민들이 피난처에서 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용빈 국회의원의 제안으로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됐다. 이를 위해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과학기술인공제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원자력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과학기술계가 기부에 동참했다.
지스트 국제환경연구소가 기부금으로 제작한 희망정수기 112대는 미얀마-태국 접경지역에 있는 카렌난민기구(KRC)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미얀마 난민촌에 전달할 예정이다.
희망정수기 시연을 함께 한 소 로버트 대표의장은 “희망정수기는 미얀마-태국 국경지역 밀림 속에 흩어져있는 피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구호품”이라며 “설사와 장티푸스 등의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고 피난촌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선 총장은 “희망정수기 지원 사업은 인류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확보하는 데 과학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역량과 연대의 정신이 보탬이 되어 미얀마 난민들이 하루빨리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적 약자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