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분야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 중 하나다. 때로는 원치 않게 공론화되기도 하지만 노동·인권은 ESG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의 진정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대표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노동·인권 분야의 ESG 지표를 가늠하는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표적으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오래전부터 문제시돼 오다가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의 테두리 내 들어 왔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조사·감독이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기업 내에 직장 내 괴롭힘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으로 근로기준법에 도입됐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도입되기 전에는 잘못된 관행 정도로만 여겨지고 피해 근로자는 개인적으로 고통을 감당하다가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3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피해 근로자 개인이 겪는 피해의 중대성 못지않게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이후 기업의 제도와 대응 방식에는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대부분 기업이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를 필수 기재 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자율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는 비율과 신고해도 조치하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피해자에게 행위자가 사과하도록 하거나 행위자와 피해자 간 공간 분리에 그치는 경우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 기업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판단이 여전히 높은 비율로 보고되고 있다.
기업이 내부 조사 시스템에 의해 조사 후 문제 된 사건이나 관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피해를 신고한 근로자나 행위자로 지목된 근로자가 기업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고용노동부에 진정 사건으로 신고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 근로자의 경우 기업의 조사 절차를 신뢰하지 못해 온라인을 통해 공론화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피해 근로자가 기업의 조사 절차를 신뢰하지 못해 공론화하는 경우 해당 기업이 받게 되는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기업이 대내외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겸비한 조사를 진행하고, 인정된 괴롭힘 행위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런 리스크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개별 신고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피해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인 2차 피해 방지 노력, 피해 근로자가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얻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ESG 경영이 될 것이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mkwon@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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