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사회 약자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어려움을 한목소리로 낼 수 없는 약자'에 대한 지원책, 이른바 '약자 복지'다. 디지털·ICT 등 첨단기술 역시 약자를 보듬고 응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혼란스러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한편, 민심의 변곡점이 될 추석을 앞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원 세모녀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지병과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약자를 보듬지 못했다며 '약자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복지보다는 약자 복지로, 자신의 목소리와 어려움을 한목소리로 낼 수 없는 약자들을 찾아 그 어려운 삶을 배려하겠다. 복지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곳, 특히 다세대 주택 거주자들의 상황까지 살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선 정부 예산안 편성 시 공공부문을 최대한 줄여서라도 약자에 대한 지원 예산은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에 발맞춰 유족이 없어 원불교 관계자들이 장례식장을 지킨 '수원 세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29일 대수비에선 보육원 출신 10대 청소년 2명이 극단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부모 없이 사회에 나와서 학업과 일자리, 주거의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가족을 대신하는 책임감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30일에는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다문화, 한부모, 장애인 가족의 애로사항을 듣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가족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1일에는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초생활 수급자인 80대 독거노인 주거지를 방문해 위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도와드려야 할 사회적 약자는 촘촘하게 다 찾아서 제대로 각별하게 챙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힘들어도 스스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 단 한명도 예외없이 지원하는 찾아가는 복지가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라고 설명했다.
디지털·ICT 등 첨단기술 활용 및 지원책도 '약자 복지'와 연계해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서울 암사종합시장을 방문해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전환 현장을 둘러본 뒤 “마을상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출범한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디지털정부는 윤석열 정부 대표 공약 중 하나”라면서 “안착된다면 복지 부문에서도 인공지능 데이터를 통해 사각지대 취약계층, 약자를 발굴하는 등 지금까지의 전자정부를 뛰어넘는 행정서비스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