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면세업계 시름…인천공항 입찰 '고심'

환율 상승분, 세금 감소분 잠식
내국인 대상 매출 감소 우려 커
내달 '인천공항 터미널점' 입찰
임대료 산정 방식에 흥행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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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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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면세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환율 보상 행사 등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 심리 위축까지 막기는 역부족이다. 연말까지 고환율 기조가 예상되면서 하반기 인천공항 터미널 신규 사업자 입찰 참여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23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면세업은 환율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이다. 유통 채널 중 유일하게 달러로 제품을 매입하는 데다 판매 가격도 달러로 설정한다. 환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과 상쇄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할인 폭이 적은 상품은 면세점 판매 가격이 백화점·온라인몰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업계는 내국인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중국 봉쇄 조치 여파로 보따리상(다이궁) 매출까지 줄어 내국인 관광객이 유일한 해답인 상황이다. 업체들은 환율 보상 이벤트, 대규모 할인 행사 등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내국인 고객 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 쿠폰 등을 적용하면 아직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단기 대응은 가능하다”며 “다만 고환율,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내국인 구매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엔데믹 전환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심리는 최근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0으로 전월보다 10.4포인트(p) 하락했다. 코로나 타격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 심리가 장기 평균(2003~2021년)보다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업계는 인천공항 터미널 신규 사업자 입찰에도 더욱 조심스럽다.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다음달 중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T1·T2) 면세점 사업자 공고를 낼 전망이다. 전체 인천공항 사업권 중 70% 이상인 15개 사업권을 나누는 대규모 입찰이지만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관건은 임대료 산정 방식이다. 업체들은 이전처럼 최소보장액(고정임대료) 방식이라면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재확산이 본격화된 데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거처럼 고정임대료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또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시내면세점이 공항면세점 적자를 보완하는 상황은 불가능하다”며 “매출과 임대료를 연동하는 영업요율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한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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