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게임, 콘텐츠·기술 융합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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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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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한 게임은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다. 스마일게이트가 올해 초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내놓은 '로스트아크'는 출시 직후 최고 동시 이용자 수 132만5305명을 기록,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스팀에서 동시 이용자 수 100만명을 넘은 게임은 5개밖에 없다. 2017년에 1위를 차지한 '배틀그라운드'(325만명)를 포함, 이 가운데 2개가 한국 게임이다.

'오징어게임'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런데 K-콘텐츠 위상을 이야기할 때 정작 게임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게임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현재 우리 게임의 위상과 역량을 바라볼 때 알맞지 않다.

◇기술과 콘텐츠 융합 핵심

정보기술(IT) 산업이 유망해지자 세계적으로 코딩이 관심을 받으면서 게임이 아이들을 위한 코딩교육의 훌륭한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만이 아니라 첨단기술과 콘텐츠 간 융합이라는 트렌드에도 게임은 그 중심에 있다.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은 이미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술 집약체인 메타버스 생태계 역시 게임을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 기반의 생태계와 지식재산(IP), 충성심 높은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은 신기술 적용 시 훌륭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게임 영역 확장은 기술 외 다양한 요인이 더해지면서 더욱 가속되고 있다. 게임은 단순히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결과물이 아니라 역사와 철학, 디자인과 패션, 이야기 등 인문학적 요소가 종합된 장르다. 이러한 특징은 다양한 분야와 게임 융합을 가능하게 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게임 IP를 영화·웹툰·드라마 등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게임은 스포츠와 결합해 IP를 활용한 이벤트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게임 생태계에 추가함으로써 e스포츠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교육과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기능성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의료용 게임이 임상 승인을 받아 디지털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게임은 우리 생활 속 많은 부분과 결합,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필수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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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테스트베드 이미지

게임의 글로벌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4% 증가하고 게임 이용자 수 역시 3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게임 수출도 증가했다. 2020년에는 수출 81억9356만달러를 기록, K-콘텐츠 전체 수출액의 68.7%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94억354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 K-콘텐츠 수출은 게임이 이끌고 있다. 특히 게임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17.3%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 게임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

◇게임기업 육성·전문인력 양성 중요

이처럼 우리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굳건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도전적으로 시장을 두드린 우리 게임 기업과 종사자의 노력이 있다. 앞으로도 우리 게임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으려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계속 배출해야 한다. 최신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과 다양한 분야를 게임에 접목할 능력을 갖춘 통합형 인재 양성이 필수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C, 모바일게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게임 제작 지원 등 중소 게임사의 게임 개발과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수출지원 사업 '게임더하기'로 기업의 다양한 수요를 감안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 중소 게임사가 직접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게임기업을 입주시켜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피칭행사 참여와 금융 컨설팅 및 정책금융 서비스 연계를 병행하고 있다. 지역기관과 지역글로벌게임센터를 통해 지역 게임사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기업육성 프로그램 교류와 지역 기업 정책금융 수혜 확대를 위해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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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재원 1기 졸업전시회 현장사진

콘진원은 게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19년에 게임인재원을 개소하고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부문 전문가에 의한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배출한 첫 번째 졸업생 가운데 70% 이상이 게임사에 취업,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게임인재원은 2023년까지 교육인원 확충과 교원 증원이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아직 시장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게임인재원 확대와 효율적 운영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K-게임은 지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실감콘텐츠·메타버스 등 첨단기술과의 결합으로 미래 콘텐츠산업을 확장하는 선두주자도 바로 K-게임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중요한 성장의 기로에서 확실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과감하고 규모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적시에, 신속하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산업계에 필요한 단비일 것이다. 콘진원도 앞으로 더 많은 게임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표. 2016~2021년 게임산업 주요 현황

(자료:문화체육관광부 '2020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한국콘텐츠진흥원 '2021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표. 게임인재원 현황·확대계획(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조현래 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합격 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예술, 관광, 소통 등 전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콘텐츠정책국장, 관광산업정책관, 국민소통실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석사 학위와 KDI 국제정책대학원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성대 행정학 박사를 수료했다. 지난해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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