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칩4 동맹' 실리 철저히 따져야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칩4 동맹' 가입을 놓고 우리 정부가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미국은 대만, 일본, 한국을 포함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를 추진 중이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미국 주도로 새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대만과 일본이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이달 중으로 칩4 참여 확답을 요구했다. 정부는 우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열릴 칩4 예비 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의 이후 의제나 참여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온 중국의 반발이다. 한국이 칩4 동맹에 가입하면 '제2의 사드사태'와 같은 무역보복도 예상된다.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비해 중국과 교역량이 많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의 거래량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교역액에서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위 교역국에 올랐다. 중국이 무역제재에 나서면 대만이나 일본에 비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칩4 동맹 참여는 일장일단이 있다. 반도체 굴기로 거세게 추격해오는 중국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은 이점이다. 미국 정부의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반면에 중국 진출이 활발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드사태 때처럼 화장품, 관광 등 반도체 이외의 산업에서도 '차이나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칩4 동맹은 정치·외교적으로 '신 냉전시대'를 여는 상징적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세밀한 시뮬레이션과 함께 어떤 쪽이든 결정 이후 대응 시나리오가 철저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 국가 명운이 달린 문제다. 명분보다 실리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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