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5~7월) 연속으로 이어진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으로 중간재 수입 증가, 공급망 재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이 꼽혔다. 장기적으로 중간재 다변화를 꾀하지 않을 경우 적자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중 무역 적자는 △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중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친 원자재·중간재 품목 중 이차전지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72억50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 수입액도 지난해 상반기 11억1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도체 무역수지는 올 상반기에 143억4000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는 같은 기간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에서 1억5000만 달러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액은 6억9000만 달러에서 11억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디스플레이 등 산업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향도 작용했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한국에서는 사업을 줄이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품목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수입은 12억9000만 달러로 전년도 4억5000만 달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17억4000만 달러에서 8억3000만억 달러로 많이 감소했다.
지난 2월 1일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RCEP 발효로 양허 상품 품목 중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수입이 증가해 상반기 수입액(11억7000만 달러)이 지난해 전체 수입액(5억6000만 달러)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기간 중 5월 수입액은 2억9000만 달러, 6월 수입액은 4억8000만 달러였으며, 그 규모는 각각 5·6월 전체 무역적자액의 26.9%, 40.3%에 달했다.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관세율은 기준세율 5.5%에서 RCEP 발효 후 0%로 낮아졌다.
대한상의는 대중 무역적자 양상이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도시 봉쇄 등 공급망 취약성뿐 아니라 RCEP 특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로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중간재 공급망 다변화, 물가 안정, FTA 활용도 제고가 어렵다면 중국산업의 경쟁력 상승과 함께 교역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한중 FTA 업그레이드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봤다. RCEP 채널 활용과 함께 한중 기업 간 협력플랫폼 구축을 추진해 한중간 실질적 협력채널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취약성 개선을 위해서는 한중 첨단기술 품목 교역 규제 완화를 제안하는 한편 취약 원자재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 편중된 중간재 수출 다변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