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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불거졌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화두로 그 중심에는 천연가스가 놓여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NG 관련 내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큰 화두였으나 전쟁으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LNG를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부분이 국제적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천연가스는 통상적으로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수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이슈가 불거지면 갑작스러운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LNG는 통상적으로 15년 이상 장기계약 형태로 공급받는 비중이 높은 것이 일반적으로, 이런 장기계약에 의한 LNG 공급가격은 원유가격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 하지만 일시적 혹은 단기적으로 현물을 통한 LNG 구입은 상대적으로 원유가격과의 공조성이 감소한다.

장기계약은 일반적으로 개발 중인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계약체결과 LNG 도입 사이에 4~5년 기간이 소요된다. 도입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 시점보다 앞서 계약이 이루어진다. 장기계약은 미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높은 공급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저렴한 현물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계약이라 하더라도 연중 도입 물량을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해 차등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6:4 내지 7:3 등 형태로 계절 신축성 제공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무조건 중장기 계약이라 해서 원유가격에 연동되는 요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 추세에 놓여 있어, 계절적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보다는 안정적 수급 관리를 중요시 여기다보니 중장기 계약 형태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LNG 수급 상황이 낙관적이며 시장 불확실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될 경우, 장기계약보다 현물계약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단기적으로 천연가스가 부족할 경우, 단기계약이 성행해 그간 관례화돼 왔던 LNG 가격 책정 및 거래 형태와는 다른 유형의 계약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단기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주로 LNG 저장 설비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저장 설비는 계절 간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 유지 이외에 예외적인 수요가 급증한다. 도입 중단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미국만 보더라도 최근 LNG 관련 산업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 도매 부문 시장의 개방으로 지역 분배망 회사들이 자기 책임하에 가스를 조달, 이로 인해 지역 분배망 회사들은 천연가스 조달과 관련해 가격 및 물량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천연가스 구매 믹스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미국 지역 분배망 회사는 기저용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연중 일정하게 공급하는 조건으로 생산자나 거래사업자로부터 혹은 시장에서 구입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장기적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기저 수요를 초과하는 동절기에는 생산자 혹은 거래시장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추가 구입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입수하거나 저장사업자로부터 물량을 구입해 보충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필요 시 천연가스를 조달할 수 있는 공급원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대체 가능한 가스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들의 가치를 거래시장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방법이 구사 가능한 것도 이유다.

미국만이 아니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처럼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이슈가 불거질 경우 LNG 현물을 수급받기 위한 수요는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