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초격차' 추월한 '추격자' SK, 낸드플래시 시장 주도

美 마이크론 제치고 기술력 입증
RTC 신설…적극적 R&D 투자
자회사 솔리다임과 시너지 노려
점유율 1위 삼성과 시장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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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3일(한국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 FMS) 2022에서 238단 4D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FMS에서 기조연설 하는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

SK하이닉스가 238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며 세계 최고층 낸드 기록을 탈환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업계 최초로 200단 이상 낸드를 양산했다고 밝힌 지 불과 일주일만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기업은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게 됐다. 차세대 낸드 메모리 적층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삼성전자보다 약 6년 늦은 2003년에야 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을 지속 확보하며 낸드 적층 속도전을 주도하고 있다. 2018년에는 96단 낸드를 개발하며 4D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4D 낸드는 주변부 회로를 셀 회로 하단부에 배치함으로써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셀을 저장할 수 있는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결합한 방식이다. 단위 면적당 용량이 커진 만큼 웨이퍼당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데 이어 1년 7개월 만에 238단을 적층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 적층 경쟁에 한발 치고 올라간 데에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뒷받침됐다. 회사는 지난해 초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 조직을 신설했다. 당시 회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혁신 기술 역량 확보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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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최근 개발한 238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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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SK하이닉스는 낸드 외에도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3을 개발했고, 올해 초 차세대 반도체인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를 선보이는 등 성과를 냈다.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자회사 솔리다임 역시 핵심 기대 요인이다. 솔리다임은 시장 성장성이 높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역량이 강점이다.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에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하며 단위당 셀 면적을 줄일 수 있는 CTF 방식을 사용했다. 솔리다임은 전하를 도체에 저장해서 안정성을 높이는 플로팅 게이트 방식을 활용해 왔다. 기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200단 이상 최고층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후발주자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176단과 232단을 먼저 출시한 마이크론은 지난해 10나노급 4세대 D램도 최초로 출시하며 한국 메모리를 추격하고 있다. 다만 수율을 비롯한 양산 능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3차원 수직 구조 낸드를 처음 출시한 삼성전자는 '단수 올리기' 경쟁에는 한발 물러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7세대(176단)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다만 낸드 시장점유율 1위로서 128단을 한 번에 모든 층을 관통하는 '채널 홀'을 뚫어 전기 연결을 돕는 기술에 앞서 있다. 이 고난도 기술로 공정 효율을 높이며 경쟁력을 갖춰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0단 이상 적층 기술을 확보했다고 공식화했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가 연내 192단 낸드 양산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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