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5중고'에 빠졌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원재료 값 급등, 대출금리 상승, 인력난 심화라는 '3중고'에 더해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악재가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된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려면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는 가장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사실상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결국 바꿀 수 있는 것은 '식자재'다. 특히 육류는 식자재 가운데 가장 큰 비용 지출을 하는 품목의 하나다.

식당, 정육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매일 아침 반드시 확인하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고기 도매 시세'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공산품과 달리 축산물 가격은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고기를 원재료로 구매하는 소상공인에게 고기의 원가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상공인들이 '고기 도매 시세'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시기가 불과 9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축산물 유통 시장은 폐쇄적이고 불투명했다. 식당, 정육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원가 얼마짜리 고기를 사는지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 아래에서 영업해 왔다. 또 중간 구매자는 단일 공급처라는 독과점에 시달렸다. 이와 같은 소상공인들의 느끼는 불편 사항인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디지털 기술로 해결해 왔다.

디지털 기술 활용 사업체는 미활용 사업체보다 연평균 매출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도 있다. 반면에 한국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 인식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15.4%,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는 소상공인은 약 2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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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한 디지털 기술이 무궁무진하며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성공 사례를 소상공인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5중고'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고객 예약을 쉽게 받고 대기 손님을 관리하는 소상공인, 세금 계산서와 정산까지 디지털로 처리해서 일손을 줄이는 소상공인 등이 디지털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또 동종 업계 구매 트렌드를 파악해서 빅데이터 기반 우수 품질의 상품을 선택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소상공인 사례도 있다. 모든 식자재를 식당 자체 냉장·냉동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식자재 창고 서비스를 활용해서 필요한 식자재 출고를 요청하고 이튿날 지정된 배송지로 받을 수도 있다. 입출고 시 변경되는 재고 현황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확인하는 등 불황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소상공인 성공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여전히 디지털 하면 손사래를 치고 어려워하는 소상공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누군가는 너무나 유용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을 알려주고 교육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디지털전환의 성공 사례 전파를 통해 소상공인의 '5중고' 해결에 도움이 되고 모든 사람과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여민동락'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서영직 미트박스글로벌 대표 meatbox@meatbo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