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 투자 시작은 SW 인재 양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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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12월 제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3년까지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선도 인재 1만명 양성을 발표했다. 5년 동안 총 5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혁신적 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기관(가칭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을 설립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미래형 자동차, 드론, 에너지, 정밀 의료, 신약 등 분야에서 세계 유명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핵심 인재를 배출하고 인공지능(AI) 대학원 지원 및 산업 맞춤형 실무인재를 양성하는 혁신성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 정부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서 AI 기반 강화와 SW 시장 확대를 통한 혁신기업 육성 및 원천기술 확보를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 영향이 있었고, 산업계 수요와 국내 교육 시스템 격차가 감지되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에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기회의 시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디지털 지식정보 사회의 핵심 분야 인력 양성이 그 시작점이고, SW와 AI 리터러시 확장이 디지털 시대 경쟁력 핵심이자 성장 엔진임을 인식해야 한다.

영국,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는 이미 SW 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편성해서 시수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SW 융합 교육 중요성을 인식, 창의적 융합 과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2015학년도부터 초·중·고 과정에 SW 교육을 필수화했고, 2016학년도부터는 과기정통부에서 SW중심대학 사업을 추진하는 등 SW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초·중·고 연계 지원, 대학·대학원 교육 강화, 산·학 협력 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총 3200억원의 예산을 44개 대학에 투입했다. 그 결과 참여한 대학 기준 SW 입학정원이 2015학년도 1034명에서 2021학년도 8217명으로 확대되고 SW 전공과목 수도 503개에서 4053개로 늘었으며, SW 전공 졸업생도 889명에서 763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KAIST도 이 사업에 참여한 후 전산학 전공자가 급격히 늘었고 복수전공·부전공 학생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교육에 필요한 교수·조교 인력 확보, 교육 인프라 확대의 선순환이 형성됐다. 정부 차원의 인재 양성 사업이 주는 긍정적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SW 기반 글로벌 ICT 기업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편성됐고, 당분간 그 두껍고 높은 벽을 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SW 파워 강국이 취하고 있는 달콤한 열매를 우리는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일시적·한시적 대응이 아니라 혁신적 전략과 국가혁신체제로의 접근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첫째 자율적인 SW 교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기반을 확충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SW 경쟁력이 보여 주는 미래 청사진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올 때 충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교수·조교·연구원·산학중점교수·기업인 등 전문인력 풀이 충분하고, 학습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대학별 SW 역량과 추구하는 목표는 다를 것이다. 획일적인 지원과 평가보다는 차별을 둔 교육 커리큘럼과 자율적인 교육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도록 정부 지원이 전략적으로 제공된다면 더욱 효율적인 양성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대학과 기업이 적극 참여할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도 산업체 겸임제도,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대학이 준비해야 할 몫이고, 과다한 행정력이 소비돼야 한다. 산·학 협력 플랫폼을 국가 차원, 지자체 차원, 산업 분야별 전문 관리단체에서 운영해 수요자와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해 주고 대학과 기업이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대학과 기업 간 SW 연구 개발 활성화 및 인력 수급의 많은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셋째 SW 산업 생태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중장기 발전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SW가 ICT 산업 또는 ICT 융합산업 영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SW 산업의 새로운 변화와 역할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산업 특성상 SW는 과거 한국 경제를 견인한 HW 중심 제조업을 충분히 대체할 성장 잠재력이 있고 창의와 도전, 위기 극복의 DNA가 충만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일 수 있다.

국내 SW 기술혁신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SW 강국과 무섭게 추격하는 후발주자가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과 안일한 대처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두환 KAIST SW교육센터장·전산학부 석좌교수 baedoohwa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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