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눈이 뜨였다. 미지의 우주를 보다 명확하고 세밀하게 살필 수 있게 됐다. 처음 공개된 사진부터 천문학계를 비롯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 얘기다. 웹 망원경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합작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사됐다.
100억달러가 투입됐으며, 지금까지 가장 컸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크다. 빛을 모으는 주경의 경우 작은 거울 18개를 이어붙여 지름 6.5m 크기로 만들었다. 기존 허블은 지름이 2.4m다. 성능도 뛰어나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둡고 멀리 있던 천체들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적외선 관측 능력이다. 적외선은 우주먼지를 뚫고 그 너머를 보는 것이 가능한데, 이보다는 우주 공간의 더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게 훨씬 중요한 장점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빛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편이' 현상이 발생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팽창하는 공간 사이를 지나는 빛의 파장 역시 함께 늘어난다. 이때 가시광선도 더욱 파장이 긴 적외선이 된다. 멀리 있는 천체에서 오는, 오래된 빛은 그만큼 적색편이가 크다.
웹 망원경이 더욱 먼 곳에서 오는, 오래된 신호를 잡는데 효과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근적외선 영역까지만 볼 수 있던 허블과 달리 웹 망원경은 중적외선까지 관측할 수 있다.
이런 웹 망원경이 얻은 이미지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 공개했다. 하나같이 새롭고,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정교함을 갖춘 것이었다.
일례로 7600광년 떨어진 곳의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r) 사진의 경우 과거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것과 비교해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마치 갈색 산맥처럼 보이는 성운과 그 너머 안개가 낀 강이 함께하는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곳곳에 알알이 박혀 있는 별의 모습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새롭게 촬영한 이미지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제 막 탄생한 작은 별들 모습까지 볼 수 있다.
NASA는 웹 망원경으로 아주 먼 우주에 존재하는 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 b'의 분광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웹 망원경을 통한 우주 대기 분석이 가능함을 보인 것이다. NASA는 웹 망원경으로 외계행성을 둘러싼 대기에서 물이 가진 특징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웹 망원경의 목표 수명은 10년. 최대 20년 작동하면서 이런 놀라운 이미지와 이에 기반한 분석 결과를 우리에게 선사하게 된다. 지금까지 존재한 어떤 망원경보다도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중간 크기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천문학과 우주 연구 분야에서 그동안 연구에 난항을 겪던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와 연구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빅뱅 직후 우주 생성 초기 신호 포착, 외계행성, 나아가 외계 생물체 존재에 대한 조사 임무도 맡고 있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