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분석 결과 선생님께서는 유전자재조합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추가 조사를 위해….” 격리 해제 후 거의 2주가 지났을 때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검체 분석 결과 재조합 변이로 확인돼 추가 동선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보건소에서 언급한 재조합 변이가 최근 확산하고 있는 그 BA.5 변이다.
일반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체외 배출 기간은 증상 발현 후 최대 8일까지로 알려졌다. BA.5가 신종 변이여서 더 긴 기간의 감염력을 갖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역학조사관의 설명이다. 격리 해제 후 일주일 동안 만난 접촉자에게 검사 안내 연락이 갔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조사에서 추가 전파 사례가 많이 확인된다면 현재 7일인 의무 격리 기간을 더 늘리는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신규 확진자 수는 2개월 만에 3만명대로 올라섰다. 주간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도 나타난다.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BA.5 확산이다. BA.5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다.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고 전파력이 35%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악몽' '괴물' '비상' 같은 자극적인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확진자가 본인이 BA.5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변이 바이러스 세부 계통을 알기 위해서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해야 하지만 모든 검체에 대해 시행하지 못하고 무작위 표본 추출로 선별한다. 6월 5주 조사를 기준으로 변이 분석에 사용된 검체 수는 2824건이다. 이 기간 신규 확진자 수가 5만9834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 정도만 표본으로 선택되는 셈이다.
표본에 들어간 덕분에 BA.5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 증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 증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후통과 근육통을 시작으로 발열, 기침, 콧물, 후각과 미각 기능 약화 등이 따라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증상과 중증도에서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기존 정보와 일치한다.
방역 당국은 재유행 대책도 이런 고심 끝에 나왔다. 방역 대원칙을 바꿀 필요는 없다. 국민 대상으로 한 거리두기나 고강도 방역 정책은 이제 실효성을 띠기 어렵다. 고위험군을 보호해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맞춤형 방역이 중요하다. 병상이 부족해서 환자를 밀어내거나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전파력은 세지만 증상이 심하지는 않은 만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팬데믹 장기화로 느슨해진 개인 방역의 경각심은 높일 필요가 있다. 검체 분석은 최대한 많이 진행해서 감염 양상과 임상 특징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 정부의 과학 방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밀한 맞춤형 방역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