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공정위원장…정책 동력 상실

송옥렬 후보자 사퇴 후폭풍
차기 위원장 교체시기 기약 못해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도 안잡혀
온플법 등 규제 전반 힘 잃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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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자진 사퇴 이후 차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묘연하다.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도 잡지 않는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정책 수행 동력을 상실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차기 공정위원장 후보이던 송 교수가 낙마하면서 공정위원장 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공정위는 전 정권 때보다 힘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준사법기관 성격을 띠고서 기업의 불공정행위 제재를 주 업무로 하는 공정위는 타 부처는 물론 대통령과도 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위원장을 가장 먼저 내정한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가장 마지막에야 공정위원장을 낙점했다. 그마저도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낙마하면서 위원장 교체 시기는 또다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도 인사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취임 직후라면 검찰 출신 인사 등 원하는 인물을 밀어붙일 동력이 있지만 경제 상황 악화와 연이은 장관 후보자 낙마로 스텝이 꼬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기 위원장 후보자가 낙점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재신 전 부위원장 등 공정위 출신 재등용,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 공정위원장설 등이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새 정부 출범 이후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업무 진척이 더딘 것은 물론 타 부처와의 협업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기재부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지만 공정위는 보고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조성욱 위원장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이며, 이미 5월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업무보고 자리에 대신 들어가기도 어렵다. 공정위는 대통령실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민간 자율규제로 방향이 바뀌었다. 정부는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범부처 플랫폼 협의체를 통해 자율규제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온플법을 발의하며 플랫폼 규제를 주도하려 한 입장에서 협의체 참가 부처 가운데 하나에 머무르게 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세운 경제형벌의 행정 제재 전환도 기재부를 중심으로 법무부와 TF를 꾸려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맡을 부분이 많지만 이 또한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위급 인사도 위원장 선임 후에나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 자리인 사무처장과 상임위원이 공석이다. 전원회의를 관리하는 심판관리관 자리도 비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상적인 업무는 추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내부 사기가 많이 떨어지고 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국정과제를 수행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역할도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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