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초기 변호사 단체 반대 거셌지만 능력담보조치 등 전제 대의명분 인정
法해석 충돌도 소비자 이익 관점 풀어…日 변리사 '3455명' 공동소송 자격
민사소송 1심 기간 평균 10개월 짧아져, 재판 효율성·예측가능성 제고 뚜렷
'변리사의 산업재산권 침해소송 공동 대리권 인정'을 골자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변호사와 변리사 진영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개정안이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지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변리사의 특허소송 공동대리를 추진하자, 변호사의 반발과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양측이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공동소송대리를 인정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변호사·변리사의 협력구조가 다져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일본 사례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근거만을 선별, 논의해 활용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일부 제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본 법률사무소, 변리사협회 관계자 등을 만나 특허소송 공동대리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 상황, 효과 등을 살폈다.
◇특허소송 심리기간 단축위해 변리사 공동대리 논의 시작
1999년 우리나라의 특허청에 해당하는 일본 공업소유권심의회는 내각부 내 사법제도개혁심의회에 변리사의 특허소송 공동대리 허용을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일본은 지식재산권 소송의 충실화·신속화가 주요 과제였다. 특허소송 기간이 평균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일도 있었다.
변리사의 특허소송 공동대리가 대안 중 하나로 부상했고,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지식재산권 전문성을 보유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하면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비효율이 제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산업계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지식재산 관련 소송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송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일본변리사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 이상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하는 것을 희망했다.
사법제도개혁심의회는 논의 끝에 △특허권·실용신안권 소송사건의 전속 관할로 도쿄·오사카 양 지방재판소 지정 △기술전문가인 재판소 조사관 이외 기술 어드바이저로서 전문위원제도 도입 △변리사의 특허권 등 침해소송 대리권에 대해서는 신뢰성 높은 능력담보조치를 강구할 것을 제안했다.
능력담보조치는 변리사가 별도 연수·시험을 통과해 부기변리사 자격을 얻을 때만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당시 반대 목소리를 내던 변호사 진영도 정부 방침에 따랐다. 능력담보조치가 전제되고 사법개혁 전반을 개선한다는 대의명분을 인정하면서 갈등을 확산시키지 않았다. 2003년부터 변리사 특허소송 공동대리가 시행된 배경이다.
스기무라 준꼬 일본변리사회장은 “일본 변호사법 72조에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법 해석상 충돌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교수, 기업, 변호사 등의 충분한 논의와 법률 소비자 이익만 생각하자는 논리로 문제를 풀었다. 지금은 더 이상의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리사 특허소송 공동대리, 실보다 득이 큰게 사실
변리사의 특허소송 공동대리가 인정되면서 능력담보조치에 따라 공동소송을 자격을 얻은 부기변리사도 늘기 시작했다. 2003년 496명에 불과했지만 2008명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 지난해 기준 3455명까지 늘었다. 이는 일본 등록 변리사 1만1600명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허 소송의 평균 심리 기간도 단축됐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관련 민사소송의 1심 평균 심리 기간이 1998년 25.7개월에서 2020년 14.6개월로 10개월가량 짧아졌다.
스기무라 회장은 “변리사가 민법, 민사소송법 지식을 확보해 변호사와 소통이 원활해졌다”며 “전체 재판 과정에 효율화하면서 결국은 법률소비자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 제약기업에서 지식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특허소송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는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건 확실히 장점이 있다”며 “기업 이해도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재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본)=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