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업인들을 춤추게 하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 정권은 허니문 기간도 없이 경제전쟁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과 소상공인의 희생 및 피해가 수반되었다. 이제 모든 정책을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정상화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복합적인 경제위기 앞에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지난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를 합한 규모의 경제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국경제는 지난 개발연대 이후 숱한 경제위기 상황을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경제위기 극복 과정을 복기해 보면 경제 주체들의 의지가 기간을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재도약할 여건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은 중소기업인들이 사업을 접겠다고 호소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기업인들의 본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욕적인 중소기업인이 줄고 있다는 것은 기업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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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중소기업인들의 의욕이 살아났다고 볼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복합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의 사업 의지라 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기업투자로 연결돼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된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위기 극복은 물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이라 할 수 있다.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찾게 되면 실업급여 등 재정 지출이 줄어들고, 소득세는 물론 4대 보험 수입이 증대해 결과적으로 재정이 튼튼해지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기업인 사기를 높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경제는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남들이 어렵다고 포기할 때 위기를 기회로 포착하는 역발상의 DNA가 우리 기업인에게 퍼져 있다. 그런 우리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요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제와 같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기업인의 의견 반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탈법과 부정을 저지른 기업인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인들이 의욕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새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혁신과 더불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서 기업인을 춤추게 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위기 처방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위기의 끝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개별 경제 주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위기 기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도전적인 기업인들이 한국경제 미래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인들을 춤추게 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도전적인 기업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sejong40@inno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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