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콘텐츠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부터 영화 '헤어질 결심'까지 질적·양적 성장을 이어 오고 있다. 콘텐츠는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상상력, 감성, 예술적 가치관 등 문화적 요소가 결합해 표현되는 창작물이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획-생산-제작-유통-소비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재화다.
콘텐츠 산업은 기술과 지식뿐만 아니라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가 창의성과 사회문화적 요소에 따라 콘텐츠 중심으로 통합돼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특히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은 제작 및 투자 활동을 통해 동종 산업뿐만 아니라 타 산업까지 연쇄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직접 투자를 집행하는 제작과 유통 부분을 통해 방송영상콘텐츠 생태계가 시작되고, 시청자가 영향을 받게 되는 여러 연계 산업과 타 산업에 걸쳐 다양한 임팩트를 미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자국 콘텐츠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레저 활동이 제약되는 시점에 타 산업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성장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 산업은 2019년 2조5093억원의 정점에서 2021년 1조239억원으로 급격하게 축소됐다. 2019년 8월 2479만명이 극장을 찾았는데 2021년 10월에는 5분의 1 수준인 463만명으로 관객이 줄어들었다(2021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 2021년 결산과 2022년 전망 세미나 발제집 재인용).
위기에서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을 지탱해 준 것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국내 OTT의 대규모 투자라 할 수 있다. OTT 사업자의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통해 전통적인 드라마 제작 인력에 더해 영화 제작 인력이 함께 투입되면서 영화 산업의 손해 일부를 만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콘텐츠 사업자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방송영상 사업자 중 중소형 업체일수록 올 상반기에 매출 상승이 어렵다고 예측되며, 소형 사업체일수록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었다는 응답이 적어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양극화가 진행 중인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잘하는 기업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정체된 기업도 육성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두고 다양한 정책을 준비 및 시행 중이다.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 웹툰 등 원천 스토리 발굴 지원, 콘텐츠 세제 지원 확대, 수출 콘텐츠 제작비 지원 강화, OTT 교양 프로그램 제작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제작, 금융, 해외 진출, 인력 양성, 기반 구성 사업에도 지속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액공제 제도에 있다. 우리나라 콘텐츠 세액공제제도는 법률에 따라 소득세 및 법인세에서 규모에 따라 제작비의 3~10%를 직접 공제하는 제도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제작 규모에 따라 20~30%를 공제하고 있다. 물론 제도 체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디즈니플러스 '완다비전'의 예를 살펴보면 세액공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 수 있다. 완다비전은 총 제작비로 약 2664억원을 투자했다. 대기업에서 제작한 작품임에도 제작비의 20% 이상을 공제하는 제도를 통해 약 666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다면 세액공제는 약 80억원 수준이다. 콘텐츠 투자 확대를 어떻게 진흥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얼마 전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방송·영화·OTT 사업자가 영상 제작에 투자하는 규모가 2020년 1조7537억원에서 2023년 2조1029억원에 이르며, 선행연구 설문 조사 결과 제작비 세액공제가 확대되면 약 43.8%를 신규 제작비로 재투자하겠다는 응답이 있었다. 이는 2023년에 486억원의 재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액공제를 통해 콘텐츠 제작 재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 중 생산유발효과는 2020년부터 2023년 총 4년간 8543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3406억원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와 함께 취업 유발효과도 약 4530명으로 나타나 경제 효과를 입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후방 연쇄효과를 고려치 않은 보수적 판단으로 세액공제제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만일 현행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인 세액공제율을 관련 개선 법안의 평균치인 7%, 13%, 18%로 각각 인상하였을 때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 결과는 매우 놀랍다.
산업연관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세통계연보 기준 방송·영화·OTT 세액공제율 확대에 따른 향후 4년간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총 1조7467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964억원, 취업유발효과 9312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런 기대효과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비슷한 형태의 세액공제 확대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아직 통과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핵심 소프트파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정책 지원은 필수다. 특히 세액공제는 다른 정책투자에 비해 정부 부담이 적고, 균등하게 정책적 배려가 지원될 수 있는 최적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콘텐츠 세액공제 제도 상시화를 통해 콘텐츠 기업이 제작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세액공제율을 높여 국내 콘텐츠 산업과 연관산업에 높은 경제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원 대상도 직접 제작, 제작 투자 등으로의 확대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제작, 투자, 인력 양성, 고용 확대 등 새 정부의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ssu.ac.kr
<필자 소개>김용희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에서 많은 연구 및 기고를 하는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TF에서 활동하면서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 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