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한 세기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27일 주요 외신은 러시아가 사실상 디폴트 사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외채 이자 지급 통로를 틀어막은 데 따른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이자를 미국 등 투자자에 지불하지 못한 것을 이번 디폴트의 원인으로 꼽았다.
애초 러시아가 미국에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날짜는 지난달 27일이었다. 러시아 정부가 국제예탁결제업체에 달러와 유로로 상환금을 보냈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국부펀드 관련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받지 못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국채에 유예기간 30일이 적용됐지만 마지막 날까지 투자자들이 해당 채무를 상환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외화 표시 국가부채에 대한 디폴트는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4년 만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디폴트'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인위적 장벽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WSJ는 채권자들이 러시아에서 서방국가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채무를 받아낼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은행이 러시아의 부채 상환 처리 업무를 중단한 것을 고려하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러시아가 자국 경제 문제 해결에 큰 불편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공식 디폴트는 통상 신용평가사가 선언한다. 현재 러시아에는 서방국가 제재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이 철수한 상태다. 다만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