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여년 만에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지만 우리 정부 당국은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직접 국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한 것이 아니고 러시아가 놓인 상황이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판매로 얻은 막대한 자금이 있어 외채를 갚지 못할 상황이 아니고,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 제재 때문에 개별 투자자에게 입금이 안 될 뿐이다.
러시아는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령에 따라 채권 보유자들에게 루블화를 지급하는 계획을 성문화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 보유자의 25%가 '즉시 상환'을 요구하면 러시아 정부와 채무 이행 소송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 제기 시한은 3년이다.
러시아가 채권을 발행하면서 이례적으로 분쟁 관할지를 정해놓지 않아 미국이나 영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디폴트는 서방의 금융제재 일환으로 러시아의 외채 이자 지급 통로를 막은 데 따른 것인 만큼 향후 문제 해결이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세계 경제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에서 자금경색이 일어나 디폴트가 번질 수 있는 만큼 세계 경제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