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혁신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미래가 작은 행동과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스타트업의 도전은 출발이 미약해도 산업과 사회,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전자신문은 나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무기로 산업을 혁신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특히 기술로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연속 소개한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현대자원 재활용 사업장에 들어서자 폐기물을 하역장에서 선별장으로 옮기는 레일 소리가 요란했다. 레일이 움직이는 소리, 깨진 병 조각이 으깨지는 듯한 소리, 물체가 떨어져 내는 둔탁한 소리가 선별장 안을 맴돌면서 가까이 다가가 말하지 않으면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자원순환 선별로봇 '에이트론'(ATRON)이 작업자들과 함께 바쁘게 팔을 움직이며 물체를 잡아내고 있었다. 스타트업 에이트테크가 올해 4월 납품한 이 로봇은 40만건 이상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페트병, 알루미늄 캔, 유리병을 색상과 재질에 따라 12개 종류로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데 활용된다. 자원재활용의 시작인 선별 작업을 로봇이 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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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현대자원에 설치된 선별로봇. AI로 대상을 식별해(오른쪽) 로봇팔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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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페트병을 분류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현대자원에 설치된 로봇은 회사 요청에 따라 투명·흰색·녹색·갈색·혼색 페트병을 구분해 집어냈다. 카페에서 쓰는 얇은 투명 페트병은 일반 페트병과 두께가 달라서 함께 재활용할 수 없어 그대로 흘려보냈다. 로봇이 모은 페트병은 바로 아래층에 있는 압축기로 들어갔다.

에이트테크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1분간 최대 속도로 96개까지 분류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장애 요소를 고려, 분당 70~80개 페트병을 분리한다”고 설명했다. 작업자가 평균 분당 30개 폐기물을 분류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당 작업자 2명을 대체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로봇은 라면봉지, 샴프통, 박카스병, 콜라캔, 마스크, 종이박스, 배달용기 등 폐기물 사이에서 페트병을 선별하고 진공흡착 방식으로 잡아냈다. 성공률은 99% 내외, 거의 '백발백중'이었다. 다른 폐기물은 작업자가 손으로 작업했다. 선별로봇이 가장 앞에서 페트병을 걷어내기 때문에 수선별 작업자가 골라내야 할 폐기물 종류가 줄어 부담을 덜었다. 에이트테크 관계자는 “아파트단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이곳에 모아진다”면서 “분류가 안 된 쓰레기를 에이트론이 작업자와 함께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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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원 하역장에 생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이를 분류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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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들이 로봇과 폐기물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에이트테크가 선별로봇을 개발한 건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재활용 업체는 인력난 심화, 인건비 증가 등 부담을 떠안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생활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로봇을 도입하게 되면 △재활용 선별 속도 267% 증가 △공장운영시간 50% 이상 증가 △작업면적 75% 감소 △선별비용 80% 절감 등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는 “현재는 선별 작업과 관련된 일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배출-수거-유통-선별-원료재생-가공-판매 등 자원순환 전 밸류체인에 걸쳐 혁신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