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이어 대한사료, 하림 등 11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료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는 15일 팜스코, 하림홀딩스, 하림지주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또 다른 기업인 대한사료가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 1부는 가격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1개 사료업체가 사료 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자진신고(리니언시)로 과징금을 면제받은 업체를 제외한 10개 사업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6개 업체가 제기한 소송은 아직 계류돼 있다.
대법원은 2014년 판례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 행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를 교환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가 오갔는지, 정보 교환 후 가격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이러한 판례에 근거해 업체들이 가격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합의를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부과한 과징금 14억3000만원에 대해서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 2항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패소가 확정됐다.
공정위 제재에 대해 대법원이 잇달아 패소 판정을 내리면서 공정위 조사와 위원회 심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기업은 소송을 거쳐 무혐의가 되더라도 과징금에 따른 이익 감소, 이미지 타격 등 악영향을 받는다. 수 년 간의 소송도 부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료 담합 사건도 결국은 입증에서 실패한 것이라 위원회가 조사관의 증빙자료를 더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소송으로 가서 패소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심사관의 입장이 너무 강하게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정위가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위원들도 밀려드는 사건에 대해 심사관 의견을 따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최종심에서 무혐의로 종결되더라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