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슬과 같이 적은 양의 물방울로도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물을 흡수하지 않고 튕겨내는 연잎의 특징을 모방한 것이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동성 기계공학과 교수·유동현 박사 연구팀이 최동휘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김시조 안동대 기계·로봇공학과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연잎을 모사한 물방울 기반 발전기(DEG)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물방울 기반 발전기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물의 순환으로부터 효율이 높은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빗방울과 강수, 안개, 이슬 등 마이크로리터(μL, 1μL=100만분의 1리터) 단위의 물로 발전기를 가동할 수만 있다면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연구팀은 표면이 물에 젖지 않는 연잎에 주목했다. 미세한 돌기로 덮여 있는 연잎은 물이 스며들지 않고 동그랗게 뭉쳐 미끄러지는데, 몇 마이크로리터에 불과한 물방울까지도 흡수하지 않고 튕겨낸다. 이때 빠르게 튕겨내는 에너지를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방울이 표면에 붙은 오염물질을 닦아내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연잎의 표면구조를 물방울 기반 발전기에 적용하자 실제 빗방울의 크기 수준에 해당하는 부피 6μL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이전까지 보고된 물방울 기반 발전기에서는 표면 젖음성으로 인해 최소한 수십 μL 수준이 되어야 에너지 수확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에너지 수확 효율도 13.7%에 달했다. 이전 연구의 최대 11% 효율보다 상당히 향상된 결과를 보여줬다. 이 발전기는 강수 환경에서도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연잎의 특징인 자가 세정 효과 덕분에 오염에 노출되기 쉬운 실외 환경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동성 교수는 “강수 환경에서 발전기의 에너지 수확능력을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발전기 외에도 빗방울 산성도 경보 센서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안개, 이슬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는 환경에 맞게 설계한다면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한 센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