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모델X'가 급발진했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앞서 지난 2020년 용산에서 충돌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테슬라 차량과 같은 모델로 국내에선 두 번째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조작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량이 앞으로 돌진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전자신문 취재 결과 지난 5일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모델X가 건물 기둥에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이씨가 아닌 대리기사 A씨가 운전 중에 발생했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이씨와 A씨를 포함해 성인남성 3명, 성인여성 1명, 아동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골절 등 중상자는 없지만 다수가 사고로 다쳐 병원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사고는 A씨가 T자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주차공간에 차를 집어넣기 위해 차량을 우측으로 비스듬하게 이동하던 중 급가속하며 10m 앞 건물 기둥에 충돌했다.
A씨는 “대리운전만 17년으로 운전 미숙이 아니라고 자신한다”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였는데 굉음과 함께 차가 급가속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열에서 충돌 장면을 지켜봤는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법한 가속력이었다”고 전했다.
전기적 신호 간 간섭 현상으로 기능 오작동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 전장화 이후 전기적 신호로 자동차가 오작동할 가능성은 과거 대비 커졌다. 테슬라는 업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중앙집중형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토대로 전장화한 업체로 꼽힌다.
과거 유사한 사고를 참고하면 급발진을 유발한 전자적 간섭 신호가 헤드램프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본지가 확보한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S씨의 모델X 차량 데이터 기록을 참고하면 주차장에 진입하면서 헤드램프가 켜진 뒤 강한 전기적 신호가 발생했고 차량이 앞으로 빠르게 나갔다. 2020년 용산 사고도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지하주차장은 진입 시 시간과 관계없이 헤드램프가 켜지는 곳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지상주차장이지만 사고 발생 시간이 오후 6시 45분~7시다. 헤드램프가 켜질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다.
아직 테슬라가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지난 2020년 1월에는 공식 성명을 내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청원은 거짓이다. (급발진을 주장한 사건에서) 차량이 설계한 대로 운행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계 당국의 조사 결과 없이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운전자 과실과 전기적 간섭에 의한 급발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운전자 조작 미숙이 급발진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좌측 방향지시등 조작 레버 밑에 위치한 오토파일럿 레버에 손이 닿아 크루즈 컨트롤 모드가 활성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씨는 조만간 사고 차량을 정비 센터에 입고할 예정이다.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 관련 차량 데이터를 테슬라에 요청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이씨의 데이터 요청 문의에 사고 일시, 상황 등을 설명해주면 공유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확보하면 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