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중심 모빌리티 기업 전환
전동화 등 혁신에 119조 배정
하노버 공장 자동화율 90% 실현
내연기관 공장 '전동화 개조' 눈길
“2030년까지 전통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기업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7월 '뉴 오토'(NEW AUTO) 전략을 발표하면서 대변신을 예고했다. 뉴 오토는 단순 제조업에서 머물러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폭스바겐그룹의 고민 아래 탄생한 새 경영 전략이다.
변화 속도는 빨라졌다.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등 산하에 10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부터 5년 동안 투자할 1590억유로(약 212조원)의 절반 이상(56%)인 890억유로(119조원)를 전동화, 디지털화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배정했다. 막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SW 주도형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배터리·충전 △모빌리티 솔루션 등 4개 기술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변화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폭스바겐그룹 본사·공장·연구소 등이 위치한 독일 볼프스부르크, 하노버, 츠비카우, 잉골슈타트를 찾았다.
◇변신에 성공한 전기차 공장 '하노버·츠비카우'
첫 행선지는 폭스바겐그룹 전동화 전략을 보여 주는 전기차 핵심 생산기지 하노버와 츠비카우 공장이다. 다목적 차량과 경상용차를 전담하는 하노버 공장은 최근 전기 버스 'ID.버즈', 전기 경상용차 'ID.버즈 카고' 생산이 한창이다. 크리스티아 울만 ID.버즈 홍보 책임자는 “지난 수년간 800대 이상의 첨단 로봇을 설치했고, ID.버즈 조립 라인 자동화율을 90%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1만42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전기차 하드웨어(HW)와 SW까지 안전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 하노버 공장은 ID.버즈 전용 배터리 시스템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 약 1억유로를 투자해 브라운슈바이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용 배터리 시스템을 현장에서 곧바로 만들기 위해 새 조립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어 찾은 츠비카우 공장은 12억유로를 투자해 내연기관 공장에서 100%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된 최초의 생산 기지다. 기존 건물 외관은 유지한 채 내부 시설만 전동화 생산라인으로 전면 개조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짓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지속 가능성의 일환으로 이뤄진 조치다.
이곳에선 폭스바겐 ID.3, ID.4, ID.5를 비롯해 아우디 Q4 e-트론 등을 만든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기반의 6개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 역시 전동화 전환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공장 반경 15㎞ 이내에 협력업체 4개사가 자리 잡은 산업단지가 있다. 이들 업체는 1억3000만유로를 전동화 전환에 투자했다. 솅커 츠비카우공장 조립라인 책임자는 “탄소 중립을 위한 폭스바겐그룹 계획에 따라 협력업체도 100%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한다”고 전했다.
◇SW 모빌리티 핵심 거점 '카리아드·모이아'
SW는 모빌리티 기업 전환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열쇠다. 폭스바겐그룹이 세운 자회사 카리아드와 모이아는 자율주행, 차량 공유 등 다양한 모빌리티 실험을 하고 있다. 잉골슈타트에 거점을 둔 카리아드는 그룹의 SW 역량을 통합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5년까지 자동차에 적용하는 자체 SW 비중을 현재 10%에서 6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 설립 후 전 세계 5000여명 개발자와 엔지니어, 디자이너의 지식과 역량을 모아 폭스바겐그룹이 SW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카리아드의 핵심 목표는 2025년까지 그룹의 모든 자동차를 위한 하나의 SW 플랫폼 'E³ 2.0' 개발이다. E³ 2.0은 전 그룹 브랜드 차량의 단일 운용체계(OS)를 포함한 새 SW 플랫폼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제어를 차량에 완전히 넘겨줄 수 있는 레벨4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슈테판 시클링어 카리아드 빅루프·어드밴스드 시스템 총괄은 “레이다, 라이다,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모아 분석하고 있다”면서 “2025년 차세대 통합 SW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와 하노버에서 전기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이아는 2025년에 유럽에서 첫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모이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합차를 호출해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승객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합승 공유 서비스다. 예니퍼 랑펠트 모이아 PR 담당자는 “궁극적 목표는 버스를 활용해 더 많은 이동 수요를 아우르는 것”이라면서 “알고리즘이 도심 내 교통 상황을 분석해서 최적의 동선을 제시, 원활한 교통량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