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서 5대 그룹 총수 중기와 맞손' 파격적인 중소기업인 대회

모범중소기업인 등 550명 초청
민간차원 기업 간 상생의지 주목
김기문 "과감한 규제 완화" 주문
금탑산업훈장에 주보원·김동우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는 파격 그 자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리는 첫 경제단체 행사의 주인공이 중소기업인 데다, 5대 그룹 총수와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생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역대 행사들과 차별화된다.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새정부의 관심과 이에 동참해 경제를 재도약하겠다는 대기업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올해 33회째를 맞은 중소기업인 대회는 일자리, 수출, 사회기여 등 한국경제 발전에 공헌한 중소·벤처기업인의 성과를 되짚어 보고, 자긍심을 높이는 자리다.

대회는 주로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2009년부터 대통령 참석 행사로 격상됐고, 개최 장소도 청와대로 바뀌었다. 이런 기조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6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정상회담 일정,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문 대통령은 재임기간 딱 한 번(2019년) 참석했을 뿐 대부분 국무총리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석하며 행사가 위축됐다.

그러나 올해는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행사의 첫 테이프를 중소기업이 끊었다. 또 대통령이 다시 직접 참석하고 중소기업 유관단체, 중소기업 유공자 등 550여명을 초청해 중소벤처 기업에 힘을 한껏 실었다. 정부는 이날 모범중소기업인, 모범근로자, 육성공로자, 우수단체에게 금탑산업훈장 등 총 93점 규모로 포상을 수여했다.

특히 5대 그룹 총수가 모여 의미를 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소기업인 대회에 5대 기업 오너가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5대 그룹 총수에게 직접 요청했고, 총수들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만들자는 다짐이 행사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 이날 자리에선 중소기업인 대회 최초로 대·중소기업 간 공정과 상생을 통한 한국경제 재도약 다짐식도 열렸다.

5대 그룹 총수와 중기중앙회장, 여성경제인협회장, 벤처기업협회장 등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자들이 모여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공정과 상생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핸드프린팅을 했다. 정부 관여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민간차원에서 자발적 상생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어진 공식 만찬에서도 기업 간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혁신성장을 추진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성장 정체를 겪는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그 대가를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위한 제도적 기반인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 중기부장관은 “지금은 앞으로 5년 안에 세계일류국가로 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라며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이 한국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발돋움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중기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는 주보원 삼흥열처리 대표와 김동우 신우콘크리트산업 대표에게 돌아갔다. 주 대표는 열처리 분야에 35년간 매진해 장비 국산화를 이뤄내고, 국내 단조품 60% 이상을 처리하는 등 뿌리제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농수로 관리 등 농토목용 콘크리트 배수관 도입부터 고속철도 선로에 적용되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콘크리트 제조업에 공헌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