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기준금리 빅스텝(0.5%P 인상) 배제할 단계 아냐”

추경호 부총리와 첫 조찬 간담
"금통위 회의·물가 종합 판단"
추 부총리, 추경 필요성 재차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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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간담회 전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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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우리나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첫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이상도 허용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시점”이라며 “우선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상황을 본 뒤 7~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금리를 한꺼번에 0.5%P 올릴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장 오는 26일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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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전에 추 부총리는 이번 만남을 이달 금리 인상과 연결 짓는 시각이 있다는 질의에 “금리 결정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중앙은행 금통위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간담회에서 기재부와 한은이 금리와 관련해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물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4.8%를 기록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재부가 마련한 59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져 있다.

추 부총리는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추경은 대선(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약속한 부분이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경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통해 물가가 오르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취약계층이 많다”며 “실질 소득을 받쳐 주는 것도 경기 대책,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추경안을 구성하고 국회에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두 기관장은 정책 공조 강화에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은 원·달러 환율 급등, 변동성 커진 주식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 등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정책 수단은 상당한 제약이 있어 어느 때보다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고, 정말 좋은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중앙은행이나 정부 부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책 공조를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부총리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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