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1분기 7조7869억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재정보조 등 과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100개 넘는 전력판매사가 파산한 가운데 한전 또한 현행대로면 내년에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재정보조와 함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액 16조4641억원, 영업손실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8조3525억원 감소했다. 특히 올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전체 영업손실(5조8601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더 많은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급등한 연료비가 손실 폭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전력판매량이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조3729억원 증가했지만 연료비·전력구입비가 급등해 영업비용이 9조7254억원으로 규모가 훨씬 컸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구입비가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한전 영업 실적은 유가 등 국제 연료가격 변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전 재무 악화는 지난해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한데 비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원료비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42%, 유연탄은 191%나 상승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지난해 실질적으로 1차례도 인상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야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상향, 전기요금을 ㎾h당 6.9원 인상하는데 그쳤다.
한전은 현행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 20조~3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는 물론 내년에는 사채발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영국, 일본,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100개가 넘는 전력 판매사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재정보조 등 대책으로 한전 재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등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반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전력산업기반기금 납부 한시 유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인상폭 차등 적용 등 대책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은 “현행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려면 50% 이상 전기요금을 올려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소비자 가격신호를 위해) 연내 전기요금을 최소 10% 이상을 올려야 하고, 다른 부분은 MB정부 때 처럼 정부가 재정보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전기요금의 3.7%를 차지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 내는 것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1단계를 많이 올리고 3단계를 적게 올리는 등 단계별 요금 인상폭을 차등 적용해야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표> 2022년 1분기 연결 요약 손익계산서 (단위: 억원)
자료: 한국전력공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