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39만실에 무선망 구축 완료... 관리체계로 전환 시급

코로나19 원격수업을 계기로 모든 학교 교실에 무선망이 구축됐으나, 관리 부실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방역을 위한 원격수업은 이제 하지 않지만 미래지향적인 융합수업을 위해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Photo Image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외부 전문가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제공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이 보안강화, 통신장애 등으로 무선AP 사용 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처리해 줄 곳을 제때 찾지 못해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통합 관리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국고와 지방비 등을 합쳐 총 3847억원을 들여 올해 3월까지 전국 초·중·고 일반교실 38만 6000실에 기가급 무선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부터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계기로 학교에 무선 AP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예산부족으로 학교당 AP 4개만 설치를 지원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활성화되자 정부는 한국판 뉴딜 과제로 전국 초중고 모든 교실에 무선AP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2020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1년 6월 기준 31만실까지 설치했으며, 올해 3월 38만 6000실 구축을 완료했다.

사업대로라면 전국 모든 학교에서 어느 교실에서든 기가급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기본 네트워크는 여전히 느린데다 관리주체도 학교마다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A 교사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에듀테크 서비스로 수업을 하기 위해 준비했으나 AP 장애가 생겨 무선으로 접속하지 못했다. AP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알던 센터에 문의하니, 기존 구축된 AP와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구축된 AP관리 주체가 다르다는 답을 듣고 황당했다.

B 교사는 새로 담임을 맡아 AP를 접속하려 했으나 비밀번호가 달라 연결이 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다. 무선 AP 보안 취약 문제가 거론되자 교실마다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 이유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B교사는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비슷한 처지의 교사가 많았는지 관리센터는 계속 통화중이었다.

C 교사는 기가급 무선망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학교 네트워크 속도가 크게 빨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기존 유선 네트워크나 스쿨넷은 여전히 200~300Mbps에 불과한 것도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데에는 네트워크가 각각 다른 사업에 의해 구축되고 관리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판 뉴딜 사업조차도 일부 지역은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또 일부 지역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총괄해 추진했다. 전체 학교 네트워크를 총괄 관리하는 곳이 없어 장애 대응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무선망은 원격수업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기반한 참여형 수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맞춤형 지도나 학생들의 수준을 교사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에도 무선망이 필요하다.

교육당국도 관리체계에 대한 시급성을 공감하고 시도 교육청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안내를 해서 안정화됐으며 AS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보다 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시도 교육청에서도 함께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