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퇴임, 양산서 제2 삶...40% 지지율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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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임했다. 고향 경남 양산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참모 등 모든 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퇴근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관저를 출발해 청와대 정문으로 나와 분수대까지 걸어 내려가며 마지막 퇴근길을 마중하러 나온 시민 등에게 인사했다. 지지자와 더불어민주당 친문 그룹 의원도 다수 참석했다.

비서관 등 참모진 업무도 마무리됐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로 이전되면서 청와대 내부 전산망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모든 보고서가 수기로만 작성됐다. 다만 북한이 정권 교체기 도발을 계속하면서 안보 상황에 대해선 문 대통령과 참모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서별로 당직자가 남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이들은 0시를 기점으로 새 정부 측에 업무를 인계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도 서울 모처로 이동해 이날 0시까지 국방부 등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군 통수권을 행사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현충원과 효창공원을 참배한 뒤 청와대로 돌아와 국민에게 퇴임 연설을 했다. 오후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연이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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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40%대 지지율로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퇴임연설에서 언급한 '국민 갈등'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율을 토대로 상승도, 하락도 하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했던 강성 지지층 영향력이 커지면서 진영 정치도 부활했다.

결과적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보수정당에 내준 대통령이 됐고 정부 정책은 부동산과 검찰개혁, 대북정책 등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 단초를 제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조국 사태와 이를 이은 추·윤 갈등을 통해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고 결국 20대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발탁한 검찰총장이 정권교체를 기치에 건 야당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참 아이러니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역시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임기 초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집값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은 날이 갈수록 고조됐고, 정부는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 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투기사태까지 겹쳐 많은 국민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 뒤늦게 부동산 정책 기조를 규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변경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여당 후보가 패배하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낮 12시에 서울역 광장으로 이동한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KTX를 타고 오후 2시30분께 울산 통도사역에 내린다. 오후 3시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인근 주민과 지지자들이 모이는 만큼 사저로 들어가기 전 마을회관 앞에서 임기를 마친 소회 등을 밝힐 예정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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