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건 지분 투자·6건 M&A 단행
쏘카·한샘·솔루스첨단소재 등
1000억원 이상 대형 딜만 4건
롯데그룹 투자시계가 빨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신사업 발굴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썼다.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미래 관점의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신동빈 회장 의지다. 롯데는 바이오·헬스케어·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15건의 지분 투자와 6건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총 투자액은 1조5985억원에 달한다. 조 단위 투자는 없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대형딜만 4건이다. 대부분 신성장 엔진 확보를 위한 투자다. 지주사가 직접 챙기는 바이오·헬스케어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신소재,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계열사별 움직임도 분주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 4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평균 6.7% 성장세다.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호텔, 건설 등 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실버타운, 의료관광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일환으로 의료 빅데이터 강소기업인 미소정보기술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종합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도 잇달았다. 롯데렌탈은 차량공유 업체 쏘카와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포티투닷에 2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하는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렌탈과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수소·전기차 소재 및 충전인프라, 도심형 항공 등을 아우르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산이다.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롯데정보통신은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기업 비전브이알을 120억원에 인수해 칼리버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 기업 포바이포에 투자했다.
신사업뿐 아니라 그룹 핵심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롯데는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빅3 체계 구축을 위해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3134억원을 썼다. 롯데쇼핑과 하이마트는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빙 강화를 위해 3095억원 들여 한샘을 품었다. 화학부문은 배터리 소재를 미래 캐시카우로 점찍었다. 롯데정밀화학은 음극박(동박) 사업을 하는 솔루스첨단소재에 2900억원을 투자했고, 롯데케미칼은 바나듐 배터리 제조사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15%를 확보했다.
롯데는 팬데믹 위기를 체질개선 기회로 삼았다. 생존을 위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였다. 신 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양적으로 의미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적극적 투자에 힘입어 2년 연속 감소했던 롯데그룹 자산총액도 올해 121조5890억원으로 다시 반등했다.
올해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PI첨단소재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해 적격인수후보군(숏리스트)에 선정됐다. PI첨단소재 지분 54%의 예상 인수액은 1조원에 달한다. 롯데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투자 및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