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서 벗어나 엔데믹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이 정점에 달하고,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순간에도 우리는 집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살 수는 없었다. 생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터에 나가야 했고,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기분 전환을 위해 잠시 외출도 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본능이기에 우리는 그 움직임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엔데믹 시대에 사람들의 이동 욕구는 더 본격화할 것이다. 자동차는 어딘가로 움직이고 싶은 욕구를 훌륭하게 채워 주는 매개체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력을 갖는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장과 차량 공유 등을 통해 이동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대다수 자동차 기업이 전통 내연기관 중심 제조업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모빌리티는 더는 새롭지 않은 개념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전시회 '서울모터쇼'는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꿔 개최됐다. 티맵은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티맵모빌리티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라는 비전을 새롭게 설정했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이 없던 소니도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소니모빌리티를 세웠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엔진 성능 중심의 기술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모빌리티 서비스 경쟁에 다양한 사업자가 진출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하드웨어(HW)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경쟁우위 요소를 기반으로 차량 구독 서비스, 자율주행 시대 이용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커넥티비티 기술, 이동의 경험을 연장하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을 통해 고도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현대차, 포르쉐, 벤츠 등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개발에도 뛰어들며 모빌리티 사업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선 초연결 시대다. 모빌리티 서비스 역시 로봇 기술과 연결돼 단순히 사람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까지 이동하는 개념으로 진화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일찌감치 로봇 기술에 주목한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서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가 공개한 영상에선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지팡이가 움직여서 사람에게 오거나 화분이 창가 쪽으로 이동하는 장면 등이 소개됐다. 그동안 많은 자동차 기업이 집중한 사람의 이동 영역 확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를 보조하고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사물의 이동까지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전화를 연결해 우리 인간의 삶을 혁신한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모빌리티 서비스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최근 영국 그레이트 노스 에어 앰뷸런스 서비스의 현장 구조대원은 스타트업 그래비티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제트팩 슈트를 입고서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날아 등산객을 구조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사람이 이동 수단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세상. 또 앞으로 어떤 이동의 미래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그룹장 nykim@innoc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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