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비대면 진료 제도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이어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4주간의 이행기가 끝나면 확진자 격리가 사라지고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도 받을 수 있다. 본격적인 코로나19의 엔데믹 채비가 시작되면서 감염병 위기 대응 경보 '심각' 단계에서만 허용되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도 곧 종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업계를 덮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보다 앞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찾은 자리에서도 “의료법 개정 이전이라도 제도적인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약사계의 반발이 강하고 의료계 찬반도 갈려 있어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방안의 새 정부 국정과제 포함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비대면 진료의 유용성은 입증됐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30여개 등장했고, 이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다.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사도 늘면서 의료계의 반발도 누그러들었다. 오진, 약물 오남용, 대형 병원 쏠림 현상과 지역 의료체계 붕괴 등 의료계에서 우려하던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관건은 여전히 비대면 진료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한시적 허용 상태인 비대면 진료가 하루아침에 불법이 될 여지가 남아 있다. 비대면 진료를 넘어 가상병원에서 진료받고 원격지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국내에선 사업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린다. 인수위의 구두 약속으로 시간은 벌 수 있게 됐지만 제도화 없이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인수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OECD 37개국 가운데 32개국이 이미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했다”면서 “한국은 의료, IT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만큼 규제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산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의약계에서 지적하는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도 제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시적 허용 상태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다이어트, 발기부전, 탈모약 처방이 주를 이루거나 사후피임약이나 다이어트약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불법적 의료광고물이 횡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무법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가 이뤄지려면 비대면 진료 입법이 전제돼야 한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의료체계 안으로 들여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새 정부가 약속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상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와 적정수가 등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선 의약계와 합의점을 도출해 하위법령에 담아도 된다. 일상 회복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환자 선택권 보장과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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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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