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 30% 채택 시...年 시장 규모 1475조원
세계 완성차 제조사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새 수익원을 창출한다.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을 비롯한 주행 기능과 편의 기능을 구독 형태로 내놓는다. 이미 판매한 커넥티드카로부터도 서비스 수익을 낼 수 있어 자동차 제조·판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5일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 보고서를 통해 세계 자동차 1500만대 중 30%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연간 시장 규모를 1조1830억달러(약 1475조원)로 추산했다.
영업이익률 10% 가정 시 영업이익 기준 시장 규모는 1180억달러(약 147조원)로 예상했다. 이는 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와 테슬라의 2019~2021년 영업이익 평균인 1090억달러(약 135조원)보다 높은 수치다. 향후 구독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커넥티드카가 늘고 채택률이 증가하면 제조·판매보다 더 큰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대석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구독 기반 서비스는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서비스 관련 기술적, 제도적 기반이 안정화될 경우 제조업 대비 수익성 높은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완성차 제조사도 늘고 있다. 테슬라가 레벨2 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완전 자가 주행(FSD)', 비디오·음악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구독 서비스로 출시한 데 이어 볼보와 제너럴 모터스도 레벨3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능 외 다른 기능에 구독 서비스를 접목하는 시도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전기 세단 'EQS' 후륜조항장치 기능에 구독 서비스를 적용했다. 조향각을 미구독자는 4.5도, 구독자는 10도로 차등해 제공한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60'를 시작으로 통합 제어기를 확대 적용했다.
관건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 효용이 올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기능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완성체 제조사에 반감이 형성되지 않는 선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같은 안전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판매할 경우 '안전성을 판매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완성차 제조사는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과 통합형 운용체계(OS) 등 구독 서비스 기반 기술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구독 주기별로 서비스 재평가를 받는 만큼 상품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